외화부채 가파른 증가…1분기 167억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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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사 달러 조달 급증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
올해 1분기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의 외화 빚이 9년 만에 가장 빨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달러화 조달을 대폭 늘린 결과로 풀이됐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예금취급기관(은행)과 기타 금융회사(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비금융기업(기업) 등이 보유한 대외채무 합계는 3655억달러(약 452조원)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3488억달러에 비해 4.8%(167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이 같은 증가율은 분기 기준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됐던 2011년 1분기(14.3%) 후 최고치다.
대외채무란 기업과 금융회사가 갚아야 하는 달러화 엔화 유로화 등 외화 빚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달러화를 대거 조달해 유동성 압박에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주체별로 봤을 때는 은행의 외화 빚 증가 속도가 유독 빨랐다. 예금취급기관 대외채무는 2183억달러로 지난해 말에 비해 6.5%(133억달러) 늘었다. 2011년 1분기(10.4%)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에서 단기 차입을 늘리거나 중장기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늘렸다.
금융회사와 기업이 보유 달러를 늘려 외화 유동성 압박에선 벗어났지만 실적과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 자금 사정이 안정된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외화를 조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코로나 충격에 단기외채 급증…은행 1분기에만 122억弗 늘어
금융사·기업 총 외채 3655억弗…증권사도 마진콜 대비해 조달 늘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화 빚을 급격히 늘렸다. 기존 외화 차입금에 대한 상환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난 달러 부채로 인해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늘고 앞으로 선진국들이 회수에 나서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예금취급기관(주로 은행), 기타금융회사(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비금융기업이 보유한 단기외채 합계는 1348억달러로 지난해 말에 비해 128억달러(10.5%) 늘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2011년 1분기(13.5%)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은행의 단기외채 증가 속도가 유독 빨랐다.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올 1분기 말 단기외채는 1140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22억달러(12.0%) 늘었다. 일부 증권사도 주가연계증권(ELS)의 마진콜(증거금 추가납부 요청)에 대비해 달러 차입을 늘렸다.
금융회사와 기업의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단기외채 비중(대외채무에서 단기 대외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뛰었다. 3월 말 36.9%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9%포인트 상승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2012년 9월 말(38.3%) 후 가장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의 51.4%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대외채무는 앞으로도 빠른 증가 속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지난 4월 무역수지가 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가을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우려 등으로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평상시보다 많은 달러를 축적하려 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기업의 대외채무가 늘었지만 달러 자금난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3월 19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한은이 언제든 달러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8일 27bp(1bp=0.01%포인트)로 3월 평균(43bp)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미·중 분쟁이 격화되는 등 환율이 치솟고 글로벌 금융시장 신용경색이 재차 불거질 경우 금융회사와 기업이 단기외채 상환에 재차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위기가 재확산되면 기업 외화 유동성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유동성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지만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돼 유동성을 회수하게 되면 늘어난 외화채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예금취급기관(은행)과 기타 금융회사(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비금융기업(기업) 등이 보유한 대외채무 합계는 3655억달러(약 452조원)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3488억달러에 비해 4.8%(167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이 같은 증가율은 분기 기준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됐던 2011년 1분기(14.3%) 후 최고치다.
대외채무란 기업과 금융회사가 갚아야 하는 달러화 엔화 유로화 등 외화 빚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달러화를 대거 조달해 유동성 압박에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주체별로 봤을 때는 은행의 외화 빚 증가 속도가 유독 빨랐다. 예금취급기관 대외채무는 2183억달러로 지난해 말에 비해 6.5%(133억달러) 늘었다. 2011년 1분기(10.4%)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에서 단기 차입을 늘리거나 중장기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늘렸다.
금융회사와 기업이 보유 달러를 늘려 외화 유동성 압박에선 벗어났지만 실적과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 자금 사정이 안정된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외화를 조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코로나 충격에 단기외채 급증…은행 1분기에만 122억弗 늘어
금융사·기업 총 외채 3655억弗…증권사도 마진콜 대비해 조달 늘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화 빚을 급격히 늘렸다. 기존 외화 차입금에 대한 상환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난 달러 부채로 인해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늘고 앞으로 선진국들이 회수에 나서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예금취급기관(주로 은행), 기타금융회사(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비금융기업이 보유한 단기외채 합계는 1348억달러로 지난해 말에 비해 128억달러(10.5%) 늘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2011년 1분기(13.5%)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은행의 단기외채 증가 속도가 유독 빨랐다.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올 1분기 말 단기외채는 1140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22억달러(12.0%) 늘었다. 일부 증권사도 주가연계증권(ELS)의 마진콜(증거금 추가납부 요청)에 대비해 달러 차입을 늘렸다.
금융회사와 기업의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단기외채 비중(대외채무에서 단기 대외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뛰었다. 3월 말 36.9%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9%포인트 상승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2012년 9월 말(38.3%) 후 가장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의 51.4%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대외채무는 앞으로도 빠른 증가 속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지난 4월 무역수지가 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가을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우려 등으로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평상시보다 많은 달러를 축적하려 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기업의 대외채무가 늘었지만 달러 자금난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3월 19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한은이 언제든 달러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8일 27bp(1bp=0.01%포인트)로 3월 평균(43bp)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미·중 분쟁이 격화되는 등 환율이 치솟고 글로벌 금융시장 신용경색이 재차 불거질 경우 금융회사와 기업이 단기외채 상환에 재차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위기가 재확산되면 기업 외화 유동성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유동성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지만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돼 유동성을 회수하게 되면 늘어난 외화채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