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존의 G7 외에 한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를 추가해 11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시기는 9월 열리는 뉴욕 유엔총회 전후로 제시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이후에 개최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최고의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을 말한다.
외신은 일단 6월에 미국에서 개최하려던 G7 정상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못한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미국은 내달초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터지면서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그러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워싱턴에서의 오프라인 회의를 다시 제시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불참 의사를 밝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확답을 않는 등 일정이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AP통신은 이번 깜짝 발표는 메르켈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경우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용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견제 목적과 기존 G7 체제에 대한 불만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 코로나19 확산 책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문제를 놓고 '신(新) 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면 충돌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확대 정상회의는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1단계 무역협상 타결로 중국과 일시적 휴전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대선 정국이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적 중국 압박 정책에 나서는 와중에 대중 포위망을 넓히려는 일환으로 G7+4 정상회의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공히 우군 확보를 위한 외교전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중국 견제에 힘을 실어달라는 미국의 의도는 새로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체제가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적절히 대표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힌 대목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번 제안이 일회용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새로운 '선진국 클럽' 구축이라는 더 폭넓은 의도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유럽 주요국과 무역, 안보 등에서 잇단 파열음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미국과 좀더 끈끈한 관계라고 볼 수 있는 한국과 호주를 포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인도의 경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국가이고,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G8으로 받아들이길 요구해온 나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G11을 염두에 뒀다고 해도 본인의 뜻대로만 진행되지 못할 공산도 다분하다. 우선 기존 G7 회원국 내에 러시아 거부감이 크다. 러시아는 G8으로 참여하다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외돼 G7으로 환원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러시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을 제외한 다른 G7 회원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나 인도, 호주의 참여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국가를 추가로 초청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이 G7을 영구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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