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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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사망해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에 대해, 시위 주도 세력을 '극우 좌파'로 몰아붙이며 '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안티파'는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를 뜻하는 용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인사들을 안티파로 규정, 테러조직으로 지정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간 시위대를 향해 '폭도', '약탈자'로 비난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온 연장선에서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번 시위 확산 사태 와중에 이념 대결 구도를 시도하며 강경 진압을 부추기고 있어, 대통령이 국론 분열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 방위군이 지난밤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즉각적으로 한 훌륭한 일에 대해 축하를 전한다"며 "안티파가 이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신속하게 진압됐다"고 밝혔다. 이어 "첫날밤 시장에 의해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인사가 이끄는 시와 주(州)들은 지난밤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뤄진 급진좌파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완전한 진압을 살펴봐야 한다. 주 방위군은 훌륭한 일을 했다"며 "다른 주들도 너무 늦기 전에 주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현재 5000명의 주 방위군이 15개 주 및 수도인 워싱턴DC에 투입됐으며, 2000명의 주 방위군이 추가로 대기 중이라고 주 방위군 측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변변치 않은 주류 언론은 증오와 무정부주의를 조장하기 위해 그들의 권한 범위 내에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거듭 언론을 저격했다. 그는 "모든 이가 그들이 하고 있는 것, 즉 그들은 가짜 뉴스이며 역겨운 어젠다를 가진 진짜로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한 우리는 그들을 누르고 위대함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를 축하하기 위한 연설에서도 "(현재 벌어지는 일은) 정의와 평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플로이드에 대한 추모가)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먹칠을 당하고 있다"고 폭력 시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이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안티파와 급진 좌파 집단이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며 "정의는 성난 폭도의 손에 의해 결코 달성되지 않고,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및 정부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앞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많은 장소에서 폭력이 '안티파'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무정부주의 집단과 좌파 극단주의 집단에 의해 계획되고 조직되고 추진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들의 다수는 폭력을 부추기기 위해 그 주(미네소타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엄벌'을 경고한 바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방송 인터뷰에서 "(안티파를 포함한) '폭력적인 폭도들'과 거리로 나갈 권리를 가진 '평화로운 시위자들'을 구분해야 한다"며 "이것은 안티파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트윗을 통해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고 지칭했다. 또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며 군 투입은 물론 총격 대응 엄포까지 놓는 등 강경 대응을 부추긴다는 논란을 받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