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는 미 전역 최소 75개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동이 일어났고, 총격 사건까지 잇따르며 현재까지 최소 4명이 사망했다. 체포된 시위대는 1600명을 넘었다. 경찰도 1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력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적어도 25개 도시는 전날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워싱턴 D.C 등 15개주는 주(州)방위군을 소집했다. 다만 군중들은 통행금지령을 무시하고 거리로 나와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했고, 건물과 상점에 방화와 악탈을 자행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명품 매장이 습격당하는 일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미국 CBS 등 현지 언론은 주말인 30일(현지시간) 미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이 물건을 도난당하는 일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 힐스 쇼핑 거리인 '로데오 드라이브'에선 알렉산더 맥퀸 매장이 핸드백 등을 도난당했고, 쇼핑센터 '그로브' 내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애플 매장도 무단 침입 흔적이 발견됐다. 이 외에도 뉴욕 맨해튼 아디다스 매장, 포틀랜드 루이비통 매장도 절도범들의 표적이 됐다. 주요 백화점과 명품샵 약탈은 흑인 뿐만 아니라 백인과 아시아계 시민들까지 가세하며 혼돈이 커지고 있다.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세르지오 올모스가 트위터 등 SNS에 올린 LA 루이비통 매장에 들어가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시민들의 모습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상에는 산산조각이 난 인근 구찌 매장 유리창도 담겼다.
이 때문에 아예 가게 문을 닫는 매장도 생겼다. 대형마트 체인인 타깃은 미국 전역에서 175개 매장을 잠정 폐쇄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목이 졸려 숨지는 과정이 행인들에 의해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퍼졌고, 이에 촉발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또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와 아는 사이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분노를 증폭시켰다.
시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폭력 시위의 배후에 외부단체가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빌 바 법무장관은 '극좌파 과격분자(안티파)'들이 과격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티파는 파지즘에 반대하는 극좌파를 의미한다.
실제 미니애폴리스에서 체포된 과격 시위대의 80%가 외지인으로 밝혀지는 등 일부 세력이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800명을 투입할 준비를 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 인근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시위대와 백악관을 지키는 비밀경호국(SS) 직원이 충돌했고, 백악관 외곽에 방위군이 배치됐다.
시위대는 취재를 나온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 기자를 공격했고,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도 불탔다. 백악관 인근의 연방정부 건물인 보훈처는 시위대에 의해 손상됐고, 산산조각이 난 유리창 파편이 인도를 뒤덮었다.시위대는 건물 벽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담은 낙서도 휘갈겼다.
일반 시민과 시위대간 유혈 사태도 일어났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한 남성이 시위대를 향해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를 휘둘렸고, 수십명이 달려들어 이 남성을 구타했다. 곧이어 이 남성은 머리를 피를 흘리고 사지가 뒤틀린 채 실신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또한,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백인 남성은 시위로 인해 도로가 막히자 활과 화살을 들고 차량 밖으로 걸어 나와 시위대를 겨냥했고, 시위대는 이 남성을 집단 구타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해온 남부연합 기념물도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