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프라다' 편집장도 감봉…명품잡지 휘청 [김정은의 명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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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엔 악마같은 보스가 나온다. 세계적인 패션잡지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는 갓 입사한 초년생 앤드리아(앤 해어웨이 분)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편집장 미란다의 실존 모델은 30여 년간 미국판 보그의 편집장을 하고 있는 안나 윈투어다.
윈투어는 전세계 패션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 윈투어의 월급이 최근 20% 삭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보그를 발행하는 세계적인 미디어회사 콘데나스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구조조정 및 비용삭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패션 관련 미디어들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패션잡지는 화보 및 광고 이미지 등의 촬영이 중요한데 이 같은 작업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패션지와 공생하는 관계인 전세계 명품업계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무더기 해고 나선 콘데나스트
미국의 미디어그룹 콘데나스트는 최근 전세계 직원 6000명에게 해고 및 무급휴가, 급여 삭감 소식을 알렸다. 일단 본사 직원 중 100명을 해고했으며 앞으로 100명 가량을 더 해고할 계획이다. 또 임직원 중 일부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유연근무를 시작했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2300만원) 이상인 직원들은 연봉의 10~20%를 삭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안나 윈투어 편집장 역시 20% 감봉하게 됐다. 신규 채용도 동결했다.
로저 린치 콘데나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고되는 직원들에게 퇴직금 지급, 일자리 알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비용 절감 조치를 시작한다”며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린치 CEO는 자진해서 연봉 50% 삭감에 나섰다.
1909년 설립된 콘데나스트는 보그를 비롯해 배니티페어, 얼루어, 글래머 등 패션잡지와 남성잡지 GQ, 리빙잡지인 하우스앤가든, 뉴요커와 와이어드, 건축 다이제스트 등 26개 잡지를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 31개국에서 발간하며 독자는 2억명이다.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얼어붙으면서 월간지인 보그는 최근 발간을 건너뛰었다. 여행잡지들은 잠정 휴간에 돌입했다.
○WSJ 등도 가세 “정부 지원 받을까”
재정 악화로 곤경에 처한 콘데나스트는 정부의 경기부양 패키지 사용을 검토 중이다. 하이패션을 추구하고 고소득 편집자들이 일하는 등 ‘이미지로 먹고 사는’ 잡지사가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주말판 패션 앤드 럭셔리는 오는 8월엔 발간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취재한 일부 내용을 업로드하며 대체할 예정이다.
패션미디어 분야에서 콘데나스트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허스트 코퍼레이션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발간하는 잡지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퍼스바자와 마리끌레르 등 주요 잡지의 발간도 최소화했다. 1887년 설립된 허스트는 코스모폴리탄, 에스콰이어, ESPN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명품과 공생해온 고급잡지의 위기
공항 라운지나 고급 미용실, 플래그숍이나 부띠끄 등엔 각종 잡지들이 비치돼 있다. 여성용 패션지 뿐 아니라 남성 패션, 라이프스타일, 럭셔리카, 집 꾸미기, 재테크, 여행 등 다양하다. 매달 발행되는 이들 잡지는 수십년 동안 명품업계의 가장 확실한 소통법 중 하나였다. 주력 제품이나 광고 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VIP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패션 및 뷰티 관련 산업까지 휘청이고 있다. 모델과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코디네이터, 메이크업아티스트, 디자이너 등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화보 및 캠페인 촬영의 특성상 코로나 확산에 취약하다.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오프라인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명품 브랜드의 광고주들이 마케팅 등 비용 절감에 나선 것도 타격이 크다. 경제가 멈춰서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데다 최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대규모 시위가 확산하는 판에 ‘고급 잡지 구입은 사치’라는 인식도 퍼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패션잡지의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징데일리는 “다양하고 생생한 콘텐츠와 즉각적인 쌍방향 소통 등 디지털미디어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인쇄매체를 선호하던 명품업체들의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윈투어는 전세계 패션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 윈투어의 월급이 최근 20% 삭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보그를 발행하는 세계적인 미디어회사 콘데나스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구조조정 및 비용삭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패션 관련 미디어들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패션잡지는 화보 및 광고 이미지 등의 촬영이 중요한데 이 같은 작업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패션지와 공생하는 관계인 전세계 명품업계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무더기 해고 나선 콘데나스트
미국의 미디어그룹 콘데나스트는 최근 전세계 직원 6000명에게 해고 및 무급휴가, 급여 삭감 소식을 알렸다. 일단 본사 직원 중 100명을 해고했으며 앞으로 100명 가량을 더 해고할 계획이다. 또 임직원 중 일부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유연근무를 시작했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2300만원) 이상인 직원들은 연봉의 10~20%를 삭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안나 윈투어 편집장 역시 20% 감봉하게 됐다. 신규 채용도 동결했다.
로저 린치 콘데나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고되는 직원들에게 퇴직금 지급, 일자리 알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비용 절감 조치를 시작한다”며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린치 CEO는 자진해서 연봉 50% 삭감에 나섰다.
1909년 설립된 콘데나스트는 보그를 비롯해 배니티페어, 얼루어, 글래머 등 패션잡지와 남성잡지 GQ, 리빙잡지인 하우스앤가든, 뉴요커와 와이어드, 건축 다이제스트 등 26개 잡지를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 31개국에서 발간하며 독자는 2억명이다.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얼어붙으면서 월간지인 보그는 최근 발간을 건너뛰었다. 여행잡지들은 잠정 휴간에 돌입했다.
○WSJ 등도 가세 “정부 지원 받을까”
재정 악화로 곤경에 처한 콘데나스트는 정부의 경기부양 패키지 사용을 검토 중이다. 하이패션을 추구하고 고소득 편집자들이 일하는 등 ‘이미지로 먹고 사는’ 잡지사가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주말판 패션 앤드 럭셔리는 오는 8월엔 발간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취재한 일부 내용을 업로드하며 대체할 예정이다.
패션미디어 분야에서 콘데나스트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허스트 코퍼레이션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발간하는 잡지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퍼스바자와 마리끌레르 등 주요 잡지의 발간도 최소화했다. 1887년 설립된 허스트는 코스모폴리탄, 에스콰이어, ESPN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명품과 공생해온 고급잡지의 위기
공항 라운지나 고급 미용실, 플래그숍이나 부띠끄 등엔 각종 잡지들이 비치돼 있다. 여성용 패션지 뿐 아니라 남성 패션, 라이프스타일, 럭셔리카, 집 꾸미기, 재테크, 여행 등 다양하다. 매달 발행되는 이들 잡지는 수십년 동안 명품업계의 가장 확실한 소통법 중 하나였다. 주력 제품이나 광고 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VIP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패션 및 뷰티 관련 산업까지 휘청이고 있다. 모델과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코디네이터, 메이크업아티스트, 디자이너 등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화보 및 캠페인 촬영의 특성상 코로나 확산에 취약하다.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오프라인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명품 브랜드의 광고주들이 마케팅 등 비용 절감에 나선 것도 타격이 크다. 경제가 멈춰서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데다 최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대규모 시위가 확산하는 판에 ‘고급 잡지 구입은 사치’라는 인식도 퍼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패션잡지의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징데일리는 “다양하고 생생한 콘텐츠와 즉각적인 쌍방향 소통 등 디지털미디어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인쇄매체를 선호하던 명품업체들의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