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 대기업 막나…정부 막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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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중고차 '생계형 지정' 결정 임박
▽ 생계형 지정하면 국제협약 위반 우려
▽ 대기업 진출하면 기존 업계 도태 불가피
▽ 길어지는 코로나만큼이나 늦어지는 결정
▽ 생계형 지정하면 국제협약 위반 우려
▽ 대기업 진출하면 기존 업계 도태 불가피
▽ 길어지는 코로나만큼이나 늦어지는 결정
닫아둘 수는 없고, 열자니 부담이고
중고차 시장을 두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시름에 빠졌다. 중고차 시장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결정 기한마저 이미 넘겨버렸다. 길어진 고민만큼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존 중고차 업계의 영업 악화 호소도 깊어지고 있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무 부처인 중기부는 조만간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 자동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중고차 업계는 중기부의 판단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일정이 잡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결정 방향에 있어서는 쉽사리 관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따라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되는 탓이다. 때문에 중기부도 시한을 넘길 정도로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업계 관계자들의 대면 접촉과 의견 청취가 힘들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추천한 날부터 3개월 이내(3개월 연장 가능)에 심의위의 심의·의결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고시해야 한다. 동반위는 지난해 11월 6일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규정대로라면 중기부는 지난달 6일 심의위를 열고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된다면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업종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는 대기업이 5년간 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입할 수 없다. 위반 시에는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중고차 판매업종에서 대기업은 AJ셀카, 케이카, 오토플러스 등 3곳에 그친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우선 이들 기업의 영업 확장이 제한되며, 여타 대기업의 시장 진출도 금지된다. 기존 중고차 매매단지들 입장에서는 위협적인 경쟁자를 제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열을 올리는 인증 중고차 사업도 규제 대상이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포르쉐 등 수입차 브랜드들은 중고차에 상품화 작업을 거치고 신차급 보증을 제공하는 자체 인증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사업에 대한 규제는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접근까지 막혀 국제 통상마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동반위 역시 이러한 우려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중기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 76%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불투명하고 혼탁하며 낙후됐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이유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차량 상태 불신을 꼽았고 이어 허위·미끼 매물 등이 뒤를 이었다. ◇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않으면
지정 불가 판단이 내려질 경우, 공식적으로 대기업의 진출이 허용되는 만큼 중고차 시장 대격변이 예상된다. 대기업 진입이 막힌 지난 6년 동안 중고차 업계가 해소하지 못했던 허위매물 등의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인다. 더불어 대기업 계열사들을 통해 금융·보험 등 중고차 시장 뒷단의 선진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AJ셀카, 케이카, 오토플러스 등은 판매하는 차량의 성능점검기록부, 보험이력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영세업체들은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고차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대기업은 차별화 요소로 AJ셀카 등 기존 대기업을 뛰어넘는 신뢰 서비스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업계는 대기업과 중고차 매매단지의 경쟁이 발생할 경우 매매단지의 도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중고차 시장이 위축됐다는 점도 우려를 산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고차 시장 매입 거래는 9.2% 증가했지만, 매도 거래는 9.9% 감소했다. 경기 위축으로 중고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줄었으며, 중고차 업체들의 체력도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 진출은 기존 업체들에게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 차량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대기업인 완성차 제조사들이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하면 공급량을 원하는 대로 통제해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과 관련해 중고차 업계가 '너 죽고 나 살기’식 제로섬 경쟁구도로 이끌어간 측면이 있다"며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포지티브섬을 추구해야 어떠한 경우에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중고차 시장을 두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시름에 빠졌다. 중고차 시장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결정 기한마저 이미 넘겨버렸다. 길어진 고민만큼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존 중고차 업계의 영업 악화 호소도 깊어지고 있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무 부처인 중기부는 조만간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 자동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중고차 업계는 중기부의 판단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일정이 잡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결정 방향에 있어서는 쉽사리 관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따라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되는 탓이다. 때문에 중기부도 시한을 넘길 정도로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업계 관계자들의 대면 접촉과 의견 청취가 힘들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추천한 날부터 3개월 이내(3개월 연장 가능)에 심의위의 심의·의결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고시해야 한다. 동반위는 지난해 11월 6일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규정대로라면 중기부는 지난달 6일 심의위를 열고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된다면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업종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는 대기업이 5년간 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입할 수 없다. 위반 시에는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중고차 판매업종에서 대기업은 AJ셀카, 케이카, 오토플러스 등 3곳에 그친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우선 이들 기업의 영업 확장이 제한되며, 여타 대기업의 시장 진출도 금지된다. 기존 중고차 매매단지들 입장에서는 위협적인 경쟁자를 제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열을 올리는 인증 중고차 사업도 규제 대상이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포르쉐 등 수입차 브랜드들은 중고차에 상품화 작업을 거치고 신차급 보증을 제공하는 자체 인증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사업에 대한 규제는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접근까지 막혀 국제 통상마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동반위 역시 이러한 우려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중기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 76%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불투명하고 혼탁하며 낙후됐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이유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차량 상태 불신을 꼽았고 이어 허위·미끼 매물 등이 뒤를 이었다. ◇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않으면
지정 불가 판단이 내려질 경우, 공식적으로 대기업의 진출이 허용되는 만큼 중고차 시장 대격변이 예상된다. 대기업 진입이 막힌 지난 6년 동안 중고차 업계가 해소하지 못했던 허위매물 등의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인다. 더불어 대기업 계열사들을 통해 금융·보험 등 중고차 시장 뒷단의 선진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AJ셀카, 케이카, 오토플러스 등은 판매하는 차량의 성능점검기록부, 보험이력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영세업체들은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고차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대기업은 차별화 요소로 AJ셀카 등 기존 대기업을 뛰어넘는 신뢰 서비스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업계는 대기업과 중고차 매매단지의 경쟁이 발생할 경우 매매단지의 도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중고차 시장이 위축됐다는 점도 우려를 산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고차 시장 매입 거래는 9.2% 증가했지만, 매도 거래는 9.9% 감소했다. 경기 위축으로 중고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줄었으며, 중고차 업체들의 체력도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 진출은 기존 업체들에게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 차량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대기업인 완성차 제조사들이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하면 공급량을 원하는 대로 통제해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과 관련해 중고차 업계가 '너 죽고 나 살기’식 제로섬 경쟁구도로 이끌어간 측면이 있다"며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포지티브섬을 추구해야 어떠한 경우에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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