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로 조상 찾았다"…석 달 만에 1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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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혈통 분석서비스 '유후'
누적 이용 건수 1만 건 넘어
작년 검사항목 최대 56개로 확대
업계 "규제 풀리자 시장 생긴 것"
의료계 반대로 산업은 정체돼
정작 병원선 '유전자 이유식' 판매
누적 이용 건수 1만 건 넘어
작년 검사항목 최대 56개로 확대
업계 "규제 풀리자 시장 생긴 것"
의료계 반대로 산업은 정체돼
정작 병원선 '유전자 이유식' 판매
국내 바이오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가 지난 2월 말 국내에서 첫 출시한 유전자 혈통 분석 서비스 ‘유후’가 세 달 만에 누적 이용 건수 1만 건을 돌파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조상 찾기 서비스인 유후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피부, 탈모 등 12개로 제한돼 있던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 항목을 일부 기업에 한해 최대 56개로 확대하면서 출시된 서비스다. 업계에선 “규제가 조금 풀렸을 뿐인데도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95개국 22개 인종 정보 제공
유후는 개개인의 유전자에 어떤 인종의 유전자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260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구글 자회사 23앤드미는 이 서비스로 지난해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후는 사람의 침에 담긴 유전자 염기서열 30억 쌍에서 70만 개에 달하는 유전정보를 분석해 95개국 22개 인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EDGC는 지난 3월 1만원대에 출시해 지난달 5만원대로 가격을 올렸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부터는 7만원으로 또 인상했다. 이민섭 EDGC 대표는 “유후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 놀랐다”며 “유전자검사 시장의 잠재적 수요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DGC는 이달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다. 원래 조상이 누구이고 어떤 이동경로를 따라 혈통이 섞였는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비슷한 혈통을 가진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DTC 항목이 확대되면서 마크로젠도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홈트레이닝 전문 기업과 함께 출시한 유전자 기반 홈트레이닝 서비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지난달 다시 내놨다. 운동 능력과 효과를 보여주는 유전자가 DTC 항목에 포함되면서 기존보다 더 향상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면서다. 국내 시장 4년간 성장 못해
유후가 3개월 만에 누적 1만 건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DTC 시장 1위인 테라젠바이오가 2016년 출시한 ‘진스타일’은 출시 4년이 넘었지만 아직 4만여 건에 그치고 있다. 테라젠바이오 관계자는 “4만여 건은 국내 전체 DTC 누적 건수의 절반 이상일 것”이라며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국내 1위라고 밝히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DTC 시장 규모를 대략 50억~1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마저도 검체를 해외로 보내 국내에서는 불법인 항목을 검사해 주는 해외 우회 영업을 포함한 수치다. 국내에 DTC가 처음 나온 4년 전과 비교해도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시작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사업은 국내 유전체 기업들이 처음으로 유전자 기반 정밀의료 효과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마크로젠, 테라젠바이오, 메디젠휴먼케어, 디엔에이링크 등 네 곳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업을 시작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사업 계획을 심의하는 공용기관임상심사위원회(IRB)에서 번번이 사업계획서 수정을 요구하며 퇴짜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로젠은 1년3개월여간 IRB에 다섯 차례 심의를 신청했지만 그때마다 반려됐다. 이달 초 6차 신청서를 제출해 유전자 검사 항목인 13개 질환 중 1개 질환에 대해서만 승인을 받았다. 디엔에이링크와 메디젠휴먼케어도 IRB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IRB를 통과한 테라젠바이오도 개인정보보호 요건을 갖췄다는 인증을 다시 받으라는 정부 요청에 6개월을 허비했다.
“의료계 태도 이중적”
유전자검사 규제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다. 의료계는 DTC 항목 확대 등 유전자 검사 규제를 완화하면 과잉 진료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유전자검사업계 시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병원에서 환자 등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유전자검사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의료계가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종교계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인사로 구성된 국가생명윤리위원회도 걸림돌이다. 이미 병원에서 하고 있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조차 DTC 업체들은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생명윤리위는 지난해 확대된 DTC 항목 검사를 미성년자에게는 불허하는 의견을 복지부에 냈다. 식생활과 성장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병의원에서 국내 식품업체와 손잡고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이유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병원에서 하고 있는 서비스를 기업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임유/이주현 기자 freeu@hankyung.com
95개국 22개 인종 정보 제공
유후는 개개인의 유전자에 어떤 인종의 유전자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260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구글 자회사 23앤드미는 이 서비스로 지난해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후는 사람의 침에 담긴 유전자 염기서열 30억 쌍에서 70만 개에 달하는 유전정보를 분석해 95개국 22개 인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EDGC는 지난 3월 1만원대에 출시해 지난달 5만원대로 가격을 올렸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부터는 7만원으로 또 인상했다. 이민섭 EDGC 대표는 “유후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 놀랐다”며 “유전자검사 시장의 잠재적 수요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DGC는 이달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다. 원래 조상이 누구이고 어떤 이동경로를 따라 혈통이 섞였는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비슷한 혈통을 가진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DTC 항목이 확대되면서 마크로젠도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홈트레이닝 전문 기업과 함께 출시한 유전자 기반 홈트레이닝 서비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지난달 다시 내놨다. 운동 능력과 효과를 보여주는 유전자가 DTC 항목에 포함되면서 기존보다 더 향상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면서다. 국내 시장 4년간 성장 못해
유후가 3개월 만에 누적 1만 건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DTC 시장 1위인 테라젠바이오가 2016년 출시한 ‘진스타일’은 출시 4년이 넘었지만 아직 4만여 건에 그치고 있다. 테라젠바이오 관계자는 “4만여 건은 국내 전체 DTC 누적 건수의 절반 이상일 것”이라며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국내 1위라고 밝히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DTC 시장 규모를 대략 50억~1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마저도 검체를 해외로 보내 국내에서는 불법인 항목을 검사해 주는 해외 우회 영업을 포함한 수치다. 국내에 DTC가 처음 나온 4년 전과 비교해도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시작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사업은 국내 유전체 기업들이 처음으로 유전자 기반 정밀의료 효과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마크로젠, 테라젠바이오, 메디젠휴먼케어, 디엔에이링크 등 네 곳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업을 시작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사업 계획을 심의하는 공용기관임상심사위원회(IRB)에서 번번이 사업계획서 수정을 요구하며 퇴짜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로젠은 1년3개월여간 IRB에 다섯 차례 심의를 신청했지만 그때마다 반려됐다. 이달 초 6차 신청서를 제출해 유전자 검사 항목인 13개 질환 중 1개 질환에 대해서만 승인을 받았다. 디엔에이링크와 메디젠휴먼케어도 IRB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IRB를 통과한 테라젠바이오도 개인정보보호 요건을 갖췄다는 인증을 다시 받으라는 정부 요청에 6개월을 허비했다.
“의료계 태도 이중적”
유전자검사 규제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다. 의료계는 DTC 항목 확대 등 유전자 검사 규제를 완화하면 과잉 진료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유전자검사업계 시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병원에서 환자 등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유전자검사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의료계가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종교계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인사로 구성된 국가생명윤리위원회도 걸림돌이다. 이미 병원에서 하고 있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조차 DTC 업체들은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생명윤리위는 지난해 확대된 DTC 항목 검사를 미성년자에게는 불허하는 의견을 복지부에 냈다. 식생활과 성장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병의원에서 국내 식품업체와 손잡고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이유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병원에서 하고 있는 서비스를 기업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임유/이주현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