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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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더불어민주당이 1일 국회가 열리자마자 첫 번째로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사회적 가치법)'으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제정되지 못한 법을 다시 발의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의안번호도 2100001이 붙었습니다. 21대 국회 첫 번째 법안이란 의미입니다.

'국회 1호 법안'은 박 의원의 법안이 될 것이란 사실은 이미 21대 국회가 열리기 이틀 전부터 예고됐습니다. 박 의원의 보좌진들이 지난 28일 국회 의안과 의안접수센터 앞에서 돌아가면서 '뻗치기(무한정 대기)'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보좌진들은 의안접수센터가 공식 문을 여는 1일 오전까지 노숙을 불사했습니다. 이날 오전 9시 박 의원은 의안접수센터에 방문해 '사회적 가치법'이라는 라벨이 붙은 봉투에 담긴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박 의원은 국회 1호 법안 발의자로 이날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보좌진이 뻗치기를 시작한 28일부터 이날까지 박 의원과 국회 1호 법안을 다룬 기사만 86건에 달합니다. 이날 하루에만 45건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박 의원과 보좌진의 목표는 달성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박 의원의 행태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매서운 비판을 했습니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고작 저 사진 하나 찍으려고 보좌진들에게 4박5일 교대로 밤을 새우게 하는 것이 한국의 노동현실"이라며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일로 초과근무를 시키니 산업재해와 안전사고가 안 일어날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 저게 왜 문제가 되는지도 모를것"이라며 "저런 걸 늘 당연하게 생각해 왔으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진 전 교수는 "우리 의원님이 1등하는 데 정신이 팔려 정작 자기가 낸 법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미처 확인하시지 못한 모양"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회적 가치법은 공공기관이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이 아닌 인권, 안전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박 의원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는 우리사회 구조와 제도 전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윤과 효율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대전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법안이 보좌진의 4박5일 노숙을 통해 국회에 제출된 건 아이러니합니다. 법안이 1호로 발의가 됐다고 첫번째로 통과되는 것도 아닙니다. 20대 국회에서 1호로 발의된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법(2000001)도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