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부터 수출규제 해제를 이끌어내려던 정부의 압박 전략이 무위로 돌아갔다. 일본에 수출규제 해제를 요청한 시한이 지났지만 일본 측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효력 정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보복 조치가 거론되는 가운데 한·일 관계가 또다시 격랑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일본 측으로부터 수출규제 조치 원상복구와 관련해 뚜렷한 답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일본이 문제 삼았던 미비점들을 보완한 만큼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취한 3대 품목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결정을 완화하는 입장을 지난달 말까지 밝혀달라고 일본에 통보했다.

강경론자 사이에서는 정부가 지소미아 효력 정지를 통해 일본에 압박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일 간 대화 물꼬를 트는 조건으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시적으로 연기했던 만큼 명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외교전(戰)에 나섰다가는 한·미 동맹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은 무역갈등을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에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대(對)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판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핵심인 지소미아 종료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차선책으로 수출규제와 관련해 WTO 제소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더라도 수출규제 원상복구를 압박할 강력한 수단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임락근/구은서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