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대대적인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가 강조되면서 탈(脫)세계화 경향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자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리쇼어링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기업의 유턴 촉진 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9년 동안 3327개 기업이 해외에서 미국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2013년 12월 이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70여 개에 불과하다. 코로나 사태로 국제 무역 활동이 어려워지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해외 진출 기업의 유용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을 계기로 국내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염두에 두고 한국에서도 리쇼어링 정책이 부각되고 있다.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저렴한 노동 비용, 물류비 절감, 넓은 시장, 기업 친화적인 환경 등 경제적인 데 있다. 그러므로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기존 선진국들이 했듯이 이전 비용이나 보조금 지급을 고려할 수 있고,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보다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진출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하는 것이 항상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따져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입장에서도 산업별, 건별로 편익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 해외 진출 기업들이 복귀해 한국에서 생산하게 되는 경우 높은 인건비, 물류비 등 때문에 생산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차액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더라도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생산 비용이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또 해외에서 생산하는 경우 해외 판매가 비용 측면뿐 아니라 해외 법과 규제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도 있어 국내로 복귀하면 판매처를 잃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직접적인 비용 외에 규제 철폐 등 기업 환경 개선도 필요한데, 사실 이는 리쇼어링과 관련시키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의 경우 많은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내수를 강조해도 어느 정도의 생산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가 대대적인 리쇼어링을 추진하면 한계 비용이 상승하고 생산 효율성이 줄어 장기 경제 성장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한국 경제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리쇼어링이 아니라 품목, 무역 대상국 등 무역의 다변화,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다. 특히 현재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큰 데다 미·중 무역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어느 정도의 탈중국화가 필요하고, 일본과의 정치적 문제가 항상 불거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국, 일본 이외의 다른 생산라인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 경제는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다방면의 해결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급한 대처는 금물이다. 코로나 사태는 앞으로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큰데 역사적으로 볼 때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감염병 사태에 반응해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었던 글로벌화를 통한 편익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기업들이 평소에 보다 보수적인 운용을 함으로써 더 많은 여유자금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낫다. 리쇼어링도 고려할 수 있는 방편이지만 전반적인 다변화의 일환 정도 수준이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수많은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한 마음은 급하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항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