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농산물 유통…지자체 '온라인 직판' 뜬다
지방자치단체가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지역특산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돼 좋은 품질의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에 빠진 지역 경기에 힘을 싣는 ‘착한 소비’ 운동이 더해지면서 ‘지자체 온라인 직판’이 새로운 유통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전남 강진군에 따르면 강진군은 군이 운영하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난달 말까지 작약꽃 총 15만 송이를 판매해 2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판로가 막힌 지역 화훼 농가들이 재배한 꽃을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 직거래로 내놨는데 연달아 완판된 것이다.

강진군이 비대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 꽃은 작약꽃만이 아니다. 지난 2월부터 지역 농민이 재배한 장미 8만여 송이와 수국 6만여 송이가 비대면 직거래로 팔려나갔다. 매출 규모는 3억원에 달했다. 강진군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작약꽃을 주문한 서울 강동구 이모씨(30)는 “작약꽃 12송이가 1만5000원으로 시중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데다 지방 화훼농가도 도울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지역 특산물 ‘온라인 직판’을 대중에게 처음 알린 것은 최문순 강원지사다. 최 지사는 올 3월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계가 침체되고, 학교 급식이 중단돼 강원 특산물인 감자가 창고에 남아돌자 SNS를 통해 홍보에 나섰다. 10㎏당 5000원에 판매한 감자는 1주일여 만에 2500t이 팔려나갔다. 박창원 강원도 경제진흥원 농수특산물진품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직배송몰을 통한 농산물 판매가 예년과 비교해 50% 이상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지역 농가의 판로 확대를 위해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직배송몰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의 ‘사이소’와 전북의 ‘거시기장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직배송몰에선 지역 특산물과 전통주, 공예품 등을 팔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사이소의 누적 매출은 8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억9000만원)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조옥숙 경상북도 농식품유통과 주무관은 “경북 농민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경북 직배송몰을 찾아 주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특산물 직배송몰 이용이 급증한 이유로 비대면 구매에 대한 인식 변화와 착한 소비 문화의 확산을 꼽는다. 착한 소비란 상품 또는 서비스가 지닌 단편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소비에 따르는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지출을 뜻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직배송몰은 임대료 부담과 중간 유통마진이 없어 판매 가격이 시중가보다 낮다는 장점도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의 소비가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자체의 특산물 직배송몰은 소비자와 농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착한 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