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첫 주말인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21대 국회 개원 축하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첫 주말인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21대 국회 개원 축하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00의원님', 'XX보좌관님, '△△비서님'. 국회 의원회관에 있으면 매 순간 들을 수 있는 호칭이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금도 의원회관에선 이 같은 호칭이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금 직함을 부르지 않은 '이상한' 의원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됐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이 그곳이다.

이 같은 다소 의아한 행보는 조 의원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2일 "조 의원이 직접 제안을 했다"라면서 "직함을 붙이면 수직적인 문화가 자연스레 생기고 창의적인 대화가 없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원님이라는 직함이 들어가면 대화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면서 "의원부터 권위주의를 포기했고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서로 비판도 하고 의견도 강하게 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조 의원실 인턴 비서는 23세이고 한 보좌관은 51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딸뻘로도 불릴 수 있는 나이 차이지만 조 의원실에서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51세 보좌관이 처음에 힘들어하기는 했다"라면서 "같이 호흡을 맞춘 지 한 달이 되고 나니 적응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의원과 다른 의원실 보좌진이 있는 자리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주변의 시선을 개의치 않아 하고 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진행됐던 회의에서 조 의원이 제안한 '유연근무제'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 의원이 최근 유연근무제도를 제안했다"라면서 "그런데 보좌진들은 '우리도 공무원인 만큼 시간을 지켜서 근무를 해야한다'면서 조 의원의 제안을 딱 잘랐다"라고 전했다.

조 의원의 제안은 가로막힌 가운데 23세 막내 인턴이 제안했던 '퇴근 후 카톡 금지'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오후 6시 이후에는 메시지도 보내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라면서 "해당 내용은 인턴 비서가 제안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의원회관에 이어져 오던 문화가 아닌 만큼 이들을 두고 '괴짜 보좌진'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조 의원실은 그런 호칭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의원실에서 왜 그러는가 하는 시선도 있다"라면서 "하지만 아까도 말했던 창의적 업무를 위한 하나의 발판이 될 것이라 우리는 자신한다"라고 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