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 일라이릴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게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투여하는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세계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릴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람 대상 코로나19 항체치료제(LY-CoV555) 임상을 시작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면역단백질을 이용한 치료제다. LY-CoV555는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만나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중화항체다. 릴리는 캐나다 바이오기업 앱셀레라와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코로나19 회복기 환자 혈액에서 항체를 확인한 지 3개월 만에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임상시험은 뉴욕대 의대, 캘리포니아 시다시나이메디컬센터 등에서 진행된다. 이들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32명에게 치료제를 투여할 계획이다. 연구에 참여한 의료진은 “항체치료제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첫 투약 환자들의 치료 결과는 이달 말께 나올 것으로 업체 측은 전망했다. 안전성이 입증되면 입원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일항체 치료뿐 아니라 여러 항체를 조합한 ‘칵테일 치료제’도 개발하기로 했다.

항체치료제 생산량은 늘릴 방침이다. 연말까지 수십만 도스 수준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백신 임상에 적합하지 않은 취약한 환자군에 예방 목적으로 항체치료제를 투여하는 연구도 할 계획이다. 백신 임상은 건강한 사람만 참여하기 때문이다.

항체치료제는 회복환자에게서 혈액 샘플을 채취한 뒤 후보군을 선별해 최종 후보물질을 정하고 동물시험,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 개발된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치료제 개발 성공을 위한 전 단계다. 릴리에서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신약 개발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 앱클론 등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동물실험 단계다. 후보물질을 사람과 폐 구조가 비슷한 시험용 동물 페럿에 투여했더니 바이러스가 100분의 1로 줄었다. 햄스터, 생쥐, 원숭이 등을 활용해 추가 시험을 한 뒤 다음달께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앱클론은 치료제 후보물질 효능을 확인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