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을 상점에서 삼성페이처럼 신용카드 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지도록 해주는 ‘폰케이스(사진)’가 다음달 출시된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다.

신한카드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하는 애플페이가 국내 도입에 차질을 빚자 아이폰 이용자 300만여명을 끌어들일 비장의 무기로 폰케이스를 들고 나왔다. 애플페이는 NFC 카드 단말기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신한카드의 폰케이스는 모든 단말기에서 결제가 된다.

◆ 터치결제용 아이폰 폰케이스 출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신용카드 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아이폰 폰케이스 ‘터치결제 2.0’을 다음달 말에 선보일 예정이다. 터치결제 2.0에는 신한카드가 지난해 6월 음파기술회사인 ‘단솔플러스’와 함께 개발한 ‘고음파 기술’이 적용됐다.

신한카드에서 내놓은 폰케이스를 아이폰에 부착하면 아이폰에 자동으로 터치결제기능이 추가된다. 폰케이스를 부착한 아이폰 사용자는 신한카드 플랫폼인 신한페이판에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터치결제기능을 켤 수 있다. 폰케이스는 신한페이판에서 나오는 고음파를 일회성 결제정보로 변환해 가맹점 카드단말기로 보낸다. 신한카드는 신한페이판을 켤 필요 없이 아이폰 첫 화면부터 ‘터치결제’ 버튼을 누르면 결제가 가능하도록 추가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6일 ‘터치결제 플러스’란 이름으로 아이폰 결제지원 기기를 내놨다. 아이폰 뒤에 부착하는 방식인데 남성 성인 손가락 두 개를 붙여 놓은 크기에 외관상 좋지 않고 별도로 충전해야하기 때문에 시큰둥한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 출시 예정인 폰케이스는 일반 폰케이스와 같은 크기에 무게도 크게 다르지 않아 편의성이 크게 좋아졌다는 게 신한카드의 자평이다. 신한카드는 별도 충전할 필요 없이 아이폰과 함께 충전이 가능하도록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얼리어답터’ 위주로 뽑은 시범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조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디자인과 편의성에 민감한 아이폰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애플 본진 실리콘밸리 진출…애플페이와 경쟁?

신한카드는 폰케이스에 들어간 고음파기술을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6개국에 특허 출원했다. 신한카드는 애플의 본진인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의 고음파기술은 마그네틱을 비롯한 모든 카드 단말기에 쓸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NFC 결제단말기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국가가 많아 외국에서도 승부를 걸어볼만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여서 신한카드 폰케이스에게 아이폰 사용자들은 무주공산이다. 현재 1200만여명의 신한페이판 사용자 가운데 아이폰 사용자는 300만~400만명 수준이다. 이들이 신한카드의 우선 타깃이다.

애플은 삼성페이 출시 한 달 전인 2015년 7월까지 애플페이를 한국에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애플이 카드사에 0.15%의 결제수수료를 요구하면서다. 삼성페이나 LG페이, 구글페이는 모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여기에 3000억원에 달하는 한국 NFC단말기 보급비용을 카드사가 부담하라고 요구한 탓에 협상이 결렬됐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3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10억여원을 투자해 직접 국내기술을 개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