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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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중국 1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상하이증시 2차상장을 통해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을 조달한다. CNBC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화웨이 등에 공급을 중단하도록 압박하자 SMIC가 자국 기업 수요를 잡기 위해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MIC는 현재 홍콩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주 고객사인 화웨이가 미국의 ‘블랙리스트’로 지정되자 지난해 5월 뉴욕증시 상장을 자진 폐지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SMIC에 총 160억위안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하는 등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해 SMIC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지난해 5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했다. 또 지난달에는 외국 기업이 미국산 장비를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 등에 수출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 등이 TSMC에 반도체 생산을 위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SMIC는 이런 상황에서 올해 43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설비 확장과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작년 전체 매출인 31억달러보다 많은 수치다. SMIC는 본사인 상하이 등 중국에 9개 공장을 운영 중이며 각 공장이 있는 지방정부로부터 상당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SMIC의 기존 주력 제품은 40~60나노(㎚)급으로 7나노급을 양산하는 TSMC나 삼성전자와는 아직 격차가 크다. 하지만 지난 1월 화웨이로부터 14나노급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수주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몰아주기에 힘입어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SMIC의 올 1분기 매출에서 중국 기업 비중은 61.6%로 작년 1분기 53.9%에 비해 크게 늘었다. 미국 기업 비중은 32.3%에서 25.5%로 내려갔다.

SMIC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5.3% 늘어난 9억491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93.7% 급증한 4734만달러를 달성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을 필수업종으로 분류한 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던 시기에도 중국 내 공장을 계속 돌렸고, 화웨이 등이 발주를 더욱 늘렸기 때문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