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조범동은 조국·정경심 수사 중간목표…플라톤의 동굴 같다" '사모펀드 의혹'으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7) 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관계를 부각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반면 조씨의 변호인은 애초에 사건 수사가 조국 전 장관과 정 교수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어서 경위가 왜곡돼 있다고 맞섰다.
검찰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씨의 결심 공판에서 최종 변론을 하면서 여러 차례 정 교수를 언급했다.
특히 정 교수의 투자금 5억원의 수익을 보장해주고자 허위 컨설팅 명목으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자금 1억5천만원을 내준 횡령 혐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혐의에 대해 조씨와 정 교수는 투자가 아니라 빌린 돈의 이자를 쳐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애초에 개인 사이의 거래에 회삿돈이 나간 것이므로 투자인지 대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 등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이후 정 교수 동생이 조씨에게 공직자 재산등록에 관해 문의한 뒤 정 교수에게 "일단 누나에게 빌려 제가 투자한 것으로 돼 있고, 빌린 돈은 신고할 필요 없다고 한다"고 전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정 교수가 매달 동생을 통해 들어온 돈 액수를 '칼같이' 확인했고,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2017년 5월 이후로는 이를 분배받지 않은 사실도 거론했다.
검찰은 "무엇 때문에 분배받지 않았는지 추측은 되지만 말하지는 않겠다"며 "그러나 분배받지 않은 돈도 정 교수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동생이 줄 돈'이라며 매달 정확히 체크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검찰 조사 당시 "정 교수 남매가 금융소득이 높다 보니 세금을 회피하려 허위 컨설팅 형태로 받기를 원했다"고 진술한 사실도 공개했다.
검찰은 "정리하면 조씨와 정 교수 남매가 허위 컨설팅 명목을 가장해 횡령하기로 공모한 것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또 조씨가 자신의 혐의 성립 여부와 관련 없는 사항에 관한 진술을 법정에서 뒤집은 경우를 지적하며 "여전히 공범인 정 교수와 밀접히 연락해 진술을 짜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코링크PE가 설립한 펀드의 출자사항 변경 보고를 허위로 한 혐의나 증거인멸 혐의 등에 대해서도 정 교수가 공범으로 역할을 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이어진 양형 관련 최종 변론에서도 검찰은 "정 교수와 조씨의 관계는 상호 윈윈을 추구하는 관계"라며 이 사건을 '신종 정경유착'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조씨는 조국 전 장관의 공적 지위를 활용하는 대가로 배우자인 정 교수에게 고수익을 약정했고, 정 교수는 그 약정에 따라 이전에는 꿈꾸기 어려웠던 '강남 건물'이라는 거대한 부의 축적을 현실적인 꿈으로 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적이 꼴찌인 학생에게는 서울대가 실현 불가능한 꿈이겠지만, 시험지를 불법으로 유출해 주는 아빠가 있다면 서울대가 실현 가능성 있는 꿈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검찰은 조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반면 조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의 경위를 보면 검찰이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혐의 입증을 위한 수단으로 조씨를 중간 목표로 삼은 셈"이라며 "사건의 핵심이 조씨라는 왜곡된 판단이 전제가 됐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관점에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조씨가 있지만, 변호인이 보기에는 코링크PE 투자사인 익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코링크PE의 실질적 운영자가 아님에도, 익성의 관련자 등이 자신들의 죄를 덜기 위해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코링크PE의 실질적 운영자가 조씨라는 검찰의 견해는 운영사항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그림자로만 실체적 판단을 하는 '플라톤의 동굴' 우화 같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