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등 일제히 강세
기술력 앞선 국내 조선 빅3
불황뒤 승자독식 기반 마련 평가
물동량 회복땐 릴레이 수주 전망
2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수주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에 2일 조선 3사 주가는 평균 13%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이 14.41%,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6.40%, 삼성중공업은 18.27% 급등했다. 계약 체결을 앞두고 주가는 이미 꿈틀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2일 이후 주가가 61% 치솟았다. 같은 기간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22%, 42% 뛰었다. 몇 년간 수주 절벽에 시달려온 국내 조선사가 역대급 계약을 맺는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매수로 답한 결과다.
이번 계약은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에 조선 3사가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공급하는 게 골자다. 2027년까지 국내 조선 3사는 100척 이상의 LNG선을 공급한다. 이번 계약은 본계약 전에 조선사들의 건조 공간(슬롯)을 확보하는 사전 단계다. 대량의 LNG선을 건조해야 하는 만큼 슬롯을 선점해 두는 의미다. 업체당 최대치로 알려진 104척을 균일하게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각 사가 35척 안팎의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대당 가격은 산술적으로 1억8500만달러 수준으로 향후 5~7년간 업체당 매년 1조원 이상의 먹거리를 마련한 셈이다.
러시아·모잠비크…줄 잇는 추가 발주
시장이 반색한 이유는 예정된 발주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었다.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중국이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패키지 전략’을 펼쳐 발주 물량을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앞서 전체 발주 물량 120척 가운데 중국 조선사 후둥중화가 QP와 16척(옵션 8척)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타르 입장에선 중국을 배제할 수 없었다. 연간 LNG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2027년 1억2600만t으로 확대할 경우 ‘큰손’ 중국에 추가 수출을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남은 104척 가운데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는 “중국이 발주 물량(120척) 중 일부를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 양이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동량이 살아날 경우 발주가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가 대표는 “현재 선가가 매우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 선복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싼 가격에 발주하는 선주가 나타날 것”이라며 “기술력이 앞선 국내 조선업체가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LNG 프로젝트인 아틱LNG2와 모잠비크 프로젝트 등 추가 발주가 계획돼 있다.
“여전히 보릿고개…섣부른 낙관은 금물”
수주 기대와 계약 체결 소식은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주가도 밀어올리고 있다. LNG 단열패널 등을 생산하는 한국카본, 동성화인텍은 이날 3%씩 주가가 상승했다. 선박엔진 제조사 HSD엔진은 7거래일 동안 61.49% 급등했다. 이 밖에 성광벤드(5.48%), 태광(3.08%) 등도 수혜를 봤다.
하지만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세계 700개에 달하는 조선사 가운데 1척 이상 수주 잔량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는 585개다. 이 가운데 3척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절반 이하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악재다. 올해 수주 목표액을 157억달러로 잡은 한국조선해양은 4월 말 기준 약 13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 3사가 불황 후 승자독식을 위한 중요한 밑천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조선업의 특성상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차가 있는 만큼 당분간 부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원/최만수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