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와 미국의 대규모 시위에도 글로벌 증시가 꿋꿋이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두 사태 모두 경제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주된 해석이다.

6월 들어 조정받을 것이란 전망을 뚫고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 갈등 당사국인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일 2.21% 상승한 데 이어 2일에는 0.20% 올랐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1.74%와 1.07% 상승했다. 지난 4월부터 급반등하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진 데다 미·중 갈등과 미국의 대규모 시위로 증시 조정이 임박했다는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재점화한 미·중 갈등의 강도가 예상보다 약하다는 점을 원인으로 든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긴장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별 내용이 없었다”며 “시장에선 이를 미·중 갈등이 완화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미국 시위도 과거 사례를 보면 증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992년 약 1주일간 이어진 LA 폭동 때도 증시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이번 시위의 범위가 넓고 규모도 크지만 증시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후 폭동이 일어났을 때도 미국 S&P500지수는 그해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제 활동 재개와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 때문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제조업 지표 개선 등 경기 회복 신호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뒤늦게 충격이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압박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며 “안심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미국 시위가 코로나19를 재확산시킬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