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급진좌파가 시위 주도"…백인 보수층 票 의식해 폭동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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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反인종차별 시위' 대혼란
트럼프, 軍 투입 발언 논란
일부 지역 폭동·약탈 번지자
"폭력 계속되면 軍 동원하겠다"
트럼프, 軍 투입 발언 논란
일부 지역 폭동·약탈 번지자
"폭력 계속되면 軍 동원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흑인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겨냥해 ‘연방군 투입’을 경고하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경찰의 강압에 의한 ‘흑인 사망’으로 드러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는 대신 시위대의 약탈과 폭동만 부각하며 미국 땅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군 동원 가능성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미 CNN은 “시위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의 군 투입 경고는 이날 미 곳곳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7일째 이어지고 백악관 주위에도 시위대가 집결한 가운데 나왔다. 백악관 주변 시위는 평화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백악관 비밀경호대와 헌병대는 오후 6시30분께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백악관 주변에서 밀어냈다. 이후 최루탄 연기가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 나와 7분가량 대국민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무정부주의자, 폭도, 약탈범, 안티파(antifa·극좌파) 등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폭력이 계속되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트럼프는 연설 직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을 대동하고 백악관 옆 세인트존스교회로 걸어가 성경책을 손에 쥐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를 갖고 있고, 그것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연방군 동원령을 발동하진 않았지만 이미 주방위군과 가용 인력을 대폭 증원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뉴욕·뉴저지·유타 등 5개 주에 주방위군 600~800명을 워싱턴DC에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DC의 주방위군 1200여 명은 전부 동원된 상태다.
AP통신은 법무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 연방보안관실 요원들이 주방위군을 돕기 위해 지난달 31일 밤 워싱턴DC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미 전역에 연방자원을 추가 파견할 계획”이라며 “주·지방정부와 공조해 폭력과 약탈 문제를 다루는 중앙지휘본부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 책임자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시위에 강경 대응하는 건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폭동과 약탈로 번지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엔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세력인 백인 보수층을 의식한 측면이 다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됐던 경제가 막 정상가동하려는 순간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경제 재개에 제동이 걸리자 조바심을 내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하지만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애도나 흑인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공감보다 시위대를 폭도, 약탈범, 극좌파 등으로 묘사하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인트존스교회를 관할하는 성공회 워싱턴교구의 메리앤 버드 주교는 이날 “대통령이 예수의 가르침과 우리 교회가 대변하는 모든 것에 반대되는 메시지를 내기 위해 성경과 내 교구의 교회를 허락없이 배경으로 썼다”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날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폭력을 합리화해선 안 된다”면서도 “시위자의 압도적 다수는 비난이 아니라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트위터로 “대통령이 미군을 불러내 미국 시민에게 맞서도록 하고 있다”며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이날도 미국 각지에서 벌어졌다. 워싱턴DC에선 이날 오후 7시부터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통금 시간 이후에도 시위대의 모습이 포착됐다.
뉴욕에서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브루클린에서 행진했다. 뉴욕 경찰당국은 경찰을 증원 배치해 통금 시간 위반자 체포에 나섰다. 애틀랜타에서도 통금 시간 이후 시위가 계속됐다. 애틀랜타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고 이날 최소 52명을 체포했다. 워싱턴DC와 뉴욕, 애틀랜타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덴버, 마이애미,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등 미 주요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AP통신은 이번 시위로 전국에서 최소 56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트럼프의 군 투입 경고는 이날 미 곳곳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7일째 이어지고 백악관 주위에도 시위대가 집결한 가운데 나왔다. 백악관 주변 시위는 평화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백악관 비밀경호대와 헌병대는 오후 6시30분께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백악관 주변에서 밀어냈다. 이후 최루탄 연기가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 나와 7분가량 대국민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무정부주의자, 폭도, 약탈범, 안티파(antifa·극좌파) 등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폭력이 계속되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트럼프는 연설 직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을 대동하고 백악관 옆 세인트존스교회로 걸어가 성경책을 손에 쥐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를 갖고 있고, 그것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연방군 동원령을 발동하진 않았지만 이미 주방위군과 가용 인력을 대폭 증원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뉴욕·뉴저지·유타 등 5개 주에 주방위군 600~800명을 워싱턴DC에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DC의 주방위군 1200여 명은 전부 동원된 상태다.
AP통신은 법무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 연방보안관실 요원들이 주방위군을 돕기 위해 지난달 31일 밤 워싱턴DC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미 전역에 연방자원을 추가 파견할 계획”이라며 “주·지방정부와 공조해 폭력과 약탈 문제를 다루는 중앙지휘본부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 책임자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시위에 강경 대응하는 건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폭동과 약탈로 번지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엔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세력인 백인 보수층을 의식한 측면이 다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됐던 경제가 막 정상가동하려는 순간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경제 재개에 제동이 걸리자 조바심을 내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하지만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애도나 흑인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공감보다 시위대를 폭도, 약탈범, 극좌파 등으로 묘사하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인트존스교회를 관할하는 성공회 워싱턴교구의 메리앤 버드 주교는 이날 “대통령이 예수의 가르침과 우리 교회가 대변하는 모든 것에 반대되는 메시지를 내기 위해 성경과 내 교구의 교회를 허락없이 배경으로 썼다”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날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폭력을 합리화해선 안 된다”면서도 “시위자의 압도적 다수는 비난이 아니라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트위터로 “대통령이 미군을 불러내 미국 시민에게 맞서도록 하고 있다”며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이날도 미국 각지에서 벌어졌다. 워싱턴DC에선 이날 오후 7시부터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통금 시간 이후에도 시위대의 모습이 포착됐다.
뉴욕에서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브루클린에서 행진했다. 뉴욕 경찰당국은 경찰을 증원 배치해 통금 시간 위반자 체포에 나섰다. 애틀랜타에서도 통금 시간 이후 시위가 계속됐다. 애틀랜타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고 이날 최소 52명을 체포했다. 워싱턴DC와 뉴욕, 애틀랜타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덴버, 마이애미,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등 미 주요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AP통신은 이번 시위로 전국에서 최소 56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