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잭팟' 꿈꾸는 패션·유통·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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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수출 10년새 15배로↑
신세계 '화장품 대박' 나자
현대百 계열 한섬도 진출
동국·삼진·보령·동아제약
프리미엄 뷰티사업 확대
신세계 '화장품 대박' 나자
현대百 계열 한섬도 진출
동국·삼진·보령·동아제약
프리미엄 뷰티사업 확대
현대백화점 계열 패션업체 한섬 주가가 지난달 11일 하루 동안 14.5% 급등했다. 화장품사업 진출을 선언한 날이었다. 투자자들은 발표에 환호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 효과’였다. 신세계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라는 화장품회사를 인수한 뒤 중국 시장에 진출해 대박을 낸 기업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250억원, 845억원. 이 중 화장품 매출은 전체의 25%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의 81%를 차지했다. 다른 패션기업들이 경기 불황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사업으로 영업이익을 52.3%나 늘리며 앞질러 나갔다.
K뷰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같은 성공 스토리를 확인한 기업들이 속속 화장품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한섬 같은 패션업체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동국·삼진·동아·보령제약 등 유통·제약업체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장품사업이 기업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화장품사업 진출 러시엔 괄목할 만한 수출 성과가 깔려 있다. K뷰티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2009년 4억4005만달러에 불과하던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64억8620만달러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14.7배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이 15%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이 기간 동안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6조3596억원에서 45조9600억원으로 7.2배로 증가했다. 화장품 판매업체 수도 2013년 3884개에서 지난해 1만5707개로 6년 만에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산업은 중국이라는 큰 산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지리적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제품 하나 뜨면 돈방석…'메가히트' 꿈꾸는 K뷰티 브랜드 2만개
국내가 '최강리그'…경쟁하며 진화하는 K뷰티
1만8618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국내 화장품 사업자 수다. 여기엔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가 포함돼 있다. 통계가 작성된 2013년(5419개) 후 6년 만에 3.4배로 늘었다. 제조업체는 1535개에서 2911배로 배 가까이, 판매업체는 3884개에서 1만5707개로 네 배 정도가 됐다. 폭발적 성장세다.
화장품 사업은 등록제로 운영된다. 화장품 사업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영위할 수 있다. 부침도 있다. 관련 업체가 늘었지만 이 가운데 중도 포기하거나 문을 닫는 업체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화장품 사업이 ‘블랙홀’처럼 기업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성공 가능성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제2의 닥터자르트’를, 대기업은 ‘제2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을 꿈꾼다.
성공신화에 기업 진출 이어져
건축학과 졸업생 이진욱 씨가 2004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해브앤비는 지난해 글로벌 뷰티기업인 미국 에스티로더그룹에 1조원 이상에 매각됐다. 이 회사의 닥터자르트는 ‘비비크림’으로 성장했다. 유커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꼽힌 색조화장품 ‘3CE’로 잘 알려진 패션기업 스타일난다도 2018년 창업 13년 만에 세계 1위 화장품 기업인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6000억원에 매각됐다.
벤처투자업계에선 닥터자르트나 스타일난다 같은 ‘될성부른 K뷰티’를 최고 투자처로 꼽는다. 젊은 창업자들은 제2의 닥터자르트를 꿈꾸며 줄이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브랜드 콘셉트, 제품을 SNS에 먼저 올려 입소문을 낸 뒤 수백억원을 받고 기업을 파는 것이 창업 목적이라는 게 정설로 통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롤모델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매출이 193배가량 늘었다. 동종업체인 LF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어 2018년 ‘헤지스맨 룰429’란 남성 화장품을 내놨다. 지난해엔 여성용 화장품 ‘아떼’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패션계열사 한섬을 통해 기능성 화장품 기업인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국내 화장품 원료 1위 회사인 SK바이오랜드 인수도 추진 중이다.
제약업체도 신성장동력으로 최근 3~4년 내 줄이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광동제약은 한방 화장품 브랜드 ‘피부약방’을, 동국제약은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출시했다. 식품회사도 가세했다. 매일유업은 관계사 제로투세븐을 통해 유아동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CJ그룹, 유니베라 등도 화장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K뷰티 강점은 탄탄한 제조경쟁력
K뷰티가 놀랄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바탕엔 탄탄한 제조 경쟁력이 있다. 한국콜마에서 생산하는 1만5000여 개의 화장품 중 레시피(원재료 배합 비법)가 겹치는 건 단 한 개도 없다. 화장품이 해외에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대표적 예로 ‘AHC’의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가 꼽힌다.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이라는 콘셉트로 카버코리아가 한국콜마에 제조를 맡긴 제품이다. 이 제품은 2012년부터 올해 1월까지 누적 판매량 8500만 개를 넘어섰다. 아이크림이 히트한 덕분에 카버코리아는 2017년 유니레버에 3조원에 인수됐다.
코스맥스는 2015년부터 제조업자개발생산(ODM)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제조업자브랜드개발생산(O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브랜드 콘셉트 책정·등록, 제품 디자인·생산, 마케팅까지 컨설팅해준다. 의뢰 시점으로부터 ODM은 3~6개월, OBM도 6개월에서 1년이면 제품이 나온다.
브랜드 기획력도 K뷰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의 ‘후’가 국내 화장품 중 최초로 연매출 2조원대 슈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궁중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와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민지혜/전설리 기자 spop@hankyung.com
K뷰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같은 성공 스토리를 확인한 기업들이 속속 화장품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한섬 같은 패션업체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동국·삼진·동아·보령제약 등 유통·제약업체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장품사업이 기업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화장품사업 진출 러시엔 괄목할 만한 수출 성과가 깔려 있다. K뷰티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2009년 4억4005만달러에 불과하던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64억8620만달러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14.7배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이 15%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이 기간 동안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6조3596억원에서 45조9600억원으로 7.2배로 증가했다. 화장품 판매업체 수도 2013년 3884개에서 지난해 1만5707개로 6년 만에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산업은 중국이라는 큰 산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지리적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제품 하나 뜨면 돈방석…'메가히트' 꿈꾸는 K뷰티 브랜드 2만개
국내가 '최강리그'…경쟁하며 진화하는 K뷰티
1만8618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국내 화장품 사업자 수다. 여기엔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가 포함돼 있다. 통계가 작성된 2013년(5419개) 후 6년 만에 3.4배로 늘었다. 제조업체는 1535개에서 2911배로 배 가까이, 판매업체는 3884개에서 1만5707개로 네 배 정도가 됐다. 폭발적 성장세다.
화장품 사업은 등록제로 운영된다. 화장품 사업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영위할 수 있다. 부침도 있다. 관련 업체가 늘었지만 이 가운데 중도 포기하거나 문을 닫는 업체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화장품 사업이 ‘블랙홀’처럼 기업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성공 가능성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제2의 닥터자르트’를, 대기업은 ‘제2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을 꿈꾼다.
성공신화에 기업 진출 이어져
건축학과 졸업생 이진욱 씨가 2004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해브앤비는 지난해 글로벌 뷰티기업인 미국 에스티로더그룹에 1조원 이상에 매각됐다. 이 회사의 닥터자르트는 ‘비비크림’으로 성장했다. 유커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꼽힌 색조화장품 ‘3CE’로 잘 알려진 패션기업 스타일난다도 2018년 창업 13년 만에 세계 1위 화장품 기업인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6000억원에 매각됐다.
벤처투자업계에선 닥터자르트나 스타일난다 같은 ‘될성부른 K뷰티’를 최고 투자처로 꼽는다. 젊은 창업자들은 제2의 닥터자르트를 꿈꾸며 줄이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브랜드 콘셉트, 제품을 SNS에 먼저 올려 입소문을 낸 뒤 수백억원을 받고 기업을 파는 것이 창업 목적이라는 게 정설로 통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롤모델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매출이 193배가량 늘었다. 동종업체인 LF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어 2018년 ‘헤지스맨 룰429’란 남성 화장품을 내놨다. 지난해엔 여성용 화장품 ‘아떼’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패션계열사 한섬을 통해 기능성 화장품 기업인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국내 화장품 원료 1위 회사인 SK바이오랜드 인수도 추진 중이다.
제약업체도 신성장동력으로 최근 3~4년 내 줄이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광동제약은 한방 화장품 브랜드 ‘피부약방’을, 동국제약은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출시했다. 식품회사도 가세했다. 매일유업은 관계사 제로투세븐을 통해 유아동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CJ그룹, 유니베라 등도 화장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K뷰티 강점은 탄탄한 제조경쟁력
K뷰티가 놀랄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바탕엔 탄탄한 제조 경쟁력이 있다. 한국콜마에서 생산하는 1만5000여 개의 화장품 중 레시피(원재료 배합 비법)가 겹치는 건 단 한 개도 없다. 화장품이 해외에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대표적 예로 ‘AHC’의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가 꼽힌다.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이라는 콘셉트로 카버코리아가 한국콜마에 제조를 맡긴 제품이다. 이 제품은 2012년부터 올해 1월까지 누적 판매량 8500만 개를 넘어섰다. 아이크림이 히트한 덕분에 카버코리아는 2017년 유니레버에 3조원에 인수됐다.
코스맥스는 2015년부터 제조업자개발생산(ODM)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제조업자브랜드개발생산(O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브랜드 콘셉트 책정·등록, 제품 디자인·생산, 마케팅까지 컨설팅해준다. 의뢰 시점으로부터 ODM은 3~6개월, OBM도 6개월에서 1년이면 제품이 나온다.
브랜드 기획력도 K뷰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의 ‘후’가 국내 화장품 중 최초로 연매출 2조원대 슈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궁중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와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민지혜/전설리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