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이번주부터 50여 개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내린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국내 은행 중 첫 번째 조정이다.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은행들도 이르면 이번주부터 금리를 내릴 계획이다. 예·적금 금리가 ‘제로(0)’ 수준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눈치볼 여유가 없다”

국민은행, 예·적금 금리↓…우대금리 받아도 0%대
국민은행은 2일 주력 상품(거치식 예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를 0.3%포인트 내렸다. 1년 만기짜리(만기 이자 지급식)는 금리가 연 0.9%에서 0.6%로 떨어졌다. 오는 5일에는 ‘내 아이를 위한 280일 적금’을 비롯한 50개 상품의 금리를 내린다. 이어 8일에는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인 ‘KB우대저축통장’과 ‘KB우대기업통장’의 금리도 낮춘다. 상품마다 금리는 0.2~0.3%포인트 떨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이 수신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달 28일 기준 금리 인하에 따른 조치다. 올초 연 1.25%였던 기준 금리는 넉 달 새 연 0.5%까지 떨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 금리와 시장 금리를 고려해 수신상품 금리를 인하했다”며 “어차피 결국은 내릴 수밖에 상황이어서 미루지 않고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빅컷’(기준 금리 0.5%포인트 인하) 때 은행들이 한 달가량 시차를 두고 수신 금리를 내린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예대마진을 확보하기 힘들어 은행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는 기준 금리가 인하돼도 고객이 이탈할 우려가 있어 은행끼리 서로 눈치 싸움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각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올 들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수익성을 방어하려면 예·적금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다른 은행들도 이르면 이번주 후반에서 다음주 사이 수신 금리를 내릴 전망이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각각 수신 금리 조정을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제로 금리’ 고착화될 듯

1년짜리 은행 예·적금으로 연 1%대 이자를 받기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내 5대 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만기 1년) 금리는 이미 연 0.7%~0.95%로 가라앉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은 사용 실적 등에 따라 0.3~0.4%포인트 우대 금리를 받으면 연 1%대 이자가 가능했다”며 “기본 금리가 0.2~0.3%포인트 더 떨어지면 앞으로는 우대를 받아도 연 0%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은행은 대출 금리도 잇따라 내릴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선택하는 상품에 따라 인하 시점이 다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이달 중순 이후 내릴 전망이다. 매달 15일 발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은행 수신 금리가 떨어지면 이를 반영해 내려간다. 고정형 금리는 매일 또는 1주일 단위로 움직이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변동형 금리보다 더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