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적으로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칭찬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정보 공유 지연에 좌절했다고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AP통신이 WHO 내부 문서와 이메일, 인터뷰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WHO 관계자들은 중국이 코로나19의 위험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세부 사항 제공에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했다. 여러 연구소에서 코로나19의 유전자 지도를 완전히 해독했는데도 중국 당국이 이를 일주일 넘게 공개하지 않은 데다 검사와 치료제, 백신 개발에 중요한 세부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례로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연구팀은 지난 1월 2일 코로나19 유전자 지도를 해독했다. 이후 1월 5일에는 두 개의 다른 정부 연구소에서 코로나19 염기 서열을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각 연구소가 이를 허가 없이 공개하는 것을 금지했고, 1월 12일이 돼서야 중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공개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지금은 방침을 바꿔 중국 측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WHO 내부 회의에서 "우리의 좋은 의도에도 무언가 발생한다면 WHO가 많은 손가락질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고든 갈레아 WHO의 중국 담당자도 한 회의에 참석해 "그들은 우리에게 중국중앙방송(CCTV)에 나오기 15분 전에야 정보를 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WHO는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지난 1월 내내 중국의 신속한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하고 중국 당국이 유전자 지도를 즉시 공유했다며 감사한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존경과 감사를 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런 상황이 WHO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보 깜깜이'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중국 공중보건 시스템의 엄격한 정보 통제에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법은 각국이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WHO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중국은 최소한의 정보만 줬고 WHO에는 이를 강제할 집행권이 없었다는 것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