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펀더멘털에 뭐가 발생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기업 이익도 그렇고 경제 성장도 마찬가지로 신경쓰지 않겠다는 생각 같다. 왜냐면 미 중앙은행(Fed)이 다 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현재 시장의 사고방식이다."

유명 증시평론가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2일(현지시간) 아침 CNBC 방송에 나와 이같이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뉴욕 증시는 이날도 다우가 1% 넘게 올랐습니다. 이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월23일 저점에서 무려 40% 급등했고, 나스닥 1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의 1.2% 아래까지 올라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코로나19, 더 이상 시장 변수 아니다"
2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5월 실업률 등 경제 상황뿐 아니라 미중 갈등 심화도 미 증시에선 별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 재개에 재를 뿌리고 있는 인종차별 시위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코로나19, 더 이상 시장 변수 아니다"
심지어 증시는 이번 경제 봉쇄 사태를 초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에도 둔감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추세를 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며 "코로나19는 더이상 시장 변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코로나19, 더 이상 시장 변수 아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지금도 매일 2만명을 넘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5월30일 2만3395명, 5월31일 2만634명, 6월1일 2만1894명의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가장 낮았던 건 5월11일 1만7618명이었고, 이후 20일간 계속 그 수치를 웃돌고 있습니다.

미국의 증가 커브가 약간 아래로 꺾인 건 워낙 환자가 많았던 뉴욕, 뉴저지주에서 확산세가 많이 완화된 탓입니다. 주별로 보면 여전히 캘리포니아, 워싱턴, 버지니아, 앨러배마,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와이오밍 등 18개주에서 커브가 계속 상향 추세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코로나19, 더 이상 시장 변수 아니다"
게다가 일주일째로 돌입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워싱턴DC 보건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유럽과 비교해보면 드러납니다.
인구당 감염자가 미국보다 많던 스페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코로나19로 인한 신규 사망자가 '0' 이었습니다. 신규감염자는 137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1일 178명, 2일 318명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초에만 해도 하루 확진자가 2000~3000명에 달하던 나라들입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이런 상황에 대해 눈을 감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 이유를 네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① 감염자가 늘어나는 건 테스트 증가 때문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테스트는 이제 하루 40만명을 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20만명대 초반의 두 배에 달합니다. 테스트가 두 배 이상 행해지고 있는데 감염자 수치가 정체되는 걸 시장은 확산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는 겁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코로나19, 더 이상 시장 변수 아니다"
② 감염자가 증가한다해도 경제가 다시 봉쇄될 가능성은 이제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차 유행이 있어도 경제를 다시 봉쇄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미국인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미국인들은 이제 경제 봉쇄를 지긋지긋해 합니다.

③ 2차 유행도 그리 무섭지 않다.
2차 유행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1차 유행 때보다 병원, 치료장비, 매뉴얼 등 많은 면에서 준비가 되어 있는 만큼 만약 발생한다고 해도 1차 유행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④ 백신과 치료제가 곧 나올 것이다.
백신, 치료제에 대한 희망도 여전히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백신 개발이 정말 잘 돼 가고 있다. 치료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옵니다.
프린스턴에너지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븐 콥티스는 지난 1일 '미국 경제 전망'에서 "미국의 신규 확진자수 증가세는 끔찍하다. 우리는 한 달 전 전망에서 확진자가 5월30일에 1만13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2만3395명으로 그 두 배를 넘는다.
미국의 코로나19 봉쇄 노력은 확실히 실패하고 있다. 그 결과 하루 확진자 1000명대를 예상하는 날짜를 당초 예상보다 40일 늦어진 7월29일로 수정한다. 또 하루 100명대로 하락하는 날짜는 당초 예상보다 56일 미뤄진 8월28일로 바꾼다.
미국에선 오는 9월말께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자가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독감 시즌을 맞이할 것이다. 이는 경제 재개를 방해할 수 있다. 'W'자형 경기 반등은 이제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코로나19, 더 이상 시장 변수 아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