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23조8천억원 발행하기로 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며 발행 물량을 조절하겠지만 추경 조기 집행 방침을 밝힌 만큼 3분기에 전체 물량의 상당 부분이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장기물 수요가 견조하고 외국인 매수세도 유지되는 등 국채 발행을 위한 전반적인 시장 여건은 나쁘지 않지만, 발행이 특정 시기에 몰리면서 자칫 장기금리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다만 3차 추경안의 국채 발행 규모가 예상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다가 한국은행이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점치면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국고채 물량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에서 소화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1, 2차 추경으로 이미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또다시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서 하반기에도 대규모 발행 물량이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국고채는 상반기 중에 많이 발행되고 하반기 중에는 발행 물량이 축소되면서 연말에 수급이 개선되는 패턴을 보여왔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채권을 운용하는 쪽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인 것은 맞다"며 "적자국채 관련 변수가 노출됐다고 해도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3차 추경안까지 합해 올해 전체 국채 물량은 140조~150조원, 예년의 100조~110조원보다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단기적으로 국고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의 공급 부담이 지속해서 높아지면서 중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수 연구원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물량 부담이 늘어나면 금리 방향성은 상승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굳이 채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서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물량인데도 금리가 그렇게 상승하지 않은 것은 한은의 국고채 매입을 통한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동락 연구원도 "구체적으로 시장은 한은에서 절반 정도는 물량을 소화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시장의 부담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기준금리 인하 뒤 브리핑에서 "장기 금리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국고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한은의 매입 규모"라며 "그 규모는 발표 이후 금리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초저금리 속에 여러 보험사와 자산운용사가 국고채에 대한 견조한 수요를 보여주고 있고, 상당 물량을 한국은행에서 소화해 국고채 시장에 대한 충격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추경 물량의 충격파가 국채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에 대해서는 유념해 채권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