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60대 원장에 무죄 선고
우는 아이 연령 다른 반에 둔 어린이집 원장…법원 "학대 아냐"
우는 아이를 연령에 맞지 않는 다른 반에 뒀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린이집 원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4단독 이근철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경기 김포 모 어린이집 원장 A(61·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3∼5일 김포시 한 어린이집에서 등원 직후 울던 원생 B(2)양을 연령에 맞지 않는 다른 반에 두는 등 수차례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여러 연령대의 원생이 모인 통합반에 있던 B양의 등을 밀어 1살 원생들이 있는 반에 보내기도 했다.

A씨는 B양 혼자 간식을 먹게 하거나 보조 교사에게 교실 문을 닫으라고 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해당 어린이집에서 함께 근무한 다른 보육교사의 증언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언을 토대로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해당 보육교사는 경찰에서 "원장이 다른 원생의 얼굴을 할퀸 적이 있는 B양을 미워했다"며 "그 때문에 B양을 다른 반에 보냈다"고 진술했다.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도 현장 조사 후 "A씨가 B양을 방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수사기관에 제시했다.

그러나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양이 등원하자마자 많이 울어 집중적으로 돌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B양이 속한 원래 반보다 인원이 적은 다른 반에 보내 보육교사에게 돌보게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당시 연령에 맞지 않는 반에 원생을 둔 A씨의 행위가 '유기'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원생을 연령에 맞지 않는 반에 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해당 행위가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런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B양을 미워했다는 동료 보육교사의 증언은 추측에 불과하다"며 "해당 보육교사는 피고인과 다퉈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어린이집을 그만뒀기 때문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판단은 피고인이 B양을 다른 반에 보낸 행위 자체를 방임으로 본 게 아니라 다른 반에 보내진 후 B양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방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