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의 본인인증 서비스 ‘패스’의 사용 화면.  한경DB
통신 3사의 본인인증 서비스 ‘패스’의 사용 화면. 한경DB
사설 본인인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공인인증서의 우월한 법적 지위를 없애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개정안 통과 이전부터 사업을 활발히 펼치던 통신 3사와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 토스도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은행, 카드사들도 본인인증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선발주자’ 통신 3사·카카오

은행·카드사도 출사표…'공인' 사라진 인증서 시장 무한경쟁
통신 3사가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과 함께 개발한 본인인증 통합 브랜드 ‘패스’ 가입자는 지난 2월 2800만 명을 돌파했다. ‘패스 인증서’의 인증 건수도 올해 초 대비 6배가량 늘었다.

통신 3사는 2012년 말 정부로부터 본인인증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자메시지를 활용해 본인 여부를 인증했다. 통신 3사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2018년 공동 브랜드를 ‘패스’로 정하고 앱을 통해 인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통신사들은 경찰청과 함께 모바일 운전면허 서비스도 이달 상용화할 예정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명의도용으로 인한 무면허 운전, 청소년 범죄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 사회적 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약 4500만 명의 카카오톡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인증 서비스를 키워나가고 있다. ‘카카오페이 인증’의 사용자 수는 지난달 초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3년 만이다. 도입 기관도 100개를 돌파했다.

카카오페이 인증의 무기는 뛰어난 접근성이다.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편리하게 인증할 수 있다. 카카오는 각종 청구서와 등기우편, 공공기관 안내문까지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내문서함’도 서비스하고 있다. 보험 및 대출 관련 안내문 등 민간·금융회사 문서까지 이곳에서 열어볼 수 있다.

○토스·네이버 서비스 강화

간편 결제로 잘 알려진 토스도 기존 인증서 사업 강화에 나섰다. 토스는 그동안 제휴 금융사 중심으로 인증서 사업을 펼쳐왔다.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달 한국전자인증과 인증서 총판 계약을 맺었다. 한국전자인증은 금융회사, 정부기관 등 인증서가 필요한 기관에 ‘토스 인증서’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토스는 2018년 11월 수협은행에 인증서를 발급하면서 사설 인증서 사업을 시작했다. 올 들어 삼성화재, 더케이손보, KB생명 등 대형 금융회사와 잇달아 계약을 맺고 고객이 상품에 가입할 때 토스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달 2~3개 금융회사와 추가로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네이버도 인증서 사업을 확장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6월부터 ‘네이버 고지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앱을 통해 공공·민간 금융회사 등의 전자문서, 등기성 고지서를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본인확인 절차에 네이버 인증서가 사용된다.

네이버는 올해 서울시에서 발급하는 민방위 소집 통지서, 국민연금공단이 발급하는 연금 납부 고지서 등을 이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화재보험’ ‘펫보험’뿐만 아니라 자동차, 퇴직보험 등 보험사의 여러 상품과도 연계해 나간다.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할 때 2중 보안 장치로 인증 서비스를 활용하는 기능도 추가한다.

○은행·카드사도 자체 인증서 개발

은행들도 자체 인증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자체 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첫 거래 고객도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로 거래할 수 있다. 발급 소요시간은 1분 정도다. 신뢰된 실행 환경(TEE)이라는 독립된 보안영역에 인증서를 저장해 보안성을 높였다.

국민은행은 KB모바일인증서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PC 기반인 인터넷 뱅킹에서도 연동 로그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KB모바일인증서는 KB손해보험 앱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다른 계열사의 금융 거래도 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인증 환경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5월부터 자체 사설인증 서비스인 ‘IBK모바일인증서’를 도입했다. 신한·하나·우리은행 등도 인증서 시스템 구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회사들도 자체 인증서를 서비스한다는 구상이다. 생체인식 등 간편인증 기술을 갖추고 있어 저비용으로 전자인증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독자 인증서에 부인방지 전자서명 기능을 추가해 송금, 보험 가입, 카드론 등의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