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관세 동원한 프랑스 때처럼 통상법 301조 근거

미국이 유럽연합(EU)과 몇몇 나라에서 이미 도입됐거나 제안된 디지털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조사는 보복관세 부과로 이어져 또 다른 무역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을 통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라면서 조사 대상은 인도와 브라질,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EU라고 밝혔다.

한국은 특별히 언급되지 않았다.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USTR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해 만들어진 세금 제도가 도입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USTR가 적용키로 한 무역법 301조는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공정한 관행에 대응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정부에 주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프랑스가 디지털세를 도입하자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 대기업에 대한 차별로 결론 짓고 무역법 301조에 따라 조사를 진행해 24억달러(2조8천억원) 상당의 프랑스 제품에 최고 100%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후 양국은 올해 1월 고율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에 관한 조세 원칙과 세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USTR의 이번 조사가 인터넷 상거래에 대한 조세원칙 제정을 목표로 1년여간 계속된 국제 논의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디지털세는 구글 등과 같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는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하며, 과세 대상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어서 미국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작년 12월 기획재정부 안에 디지털세대응팀을 만들어 OECD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디지털세 과세 논의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EU와 인도 등 9개국 디지털세 조사 착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