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에 '코로나 해고' 폭풍…한국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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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타격에 글로벌 車 일제 감원
▽ 시장 침체 장기화…전기차 전환 여파도
▽ 한국도 인력 유지 부담, 감원 닥치나
▽ 시장 침체 장기화…전기차 전환 여파도
▽ 한국도 인력 유지 부담, 감원 닥치나
세계 자동차 업계에 감원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각 회사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르노, BMW,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등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연달아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39개국에서 총 18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프랑스 르노그룹은 향후 3년간 1만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만 4600명을 줄이고 해외에서 1만명 이상을 내보낸다는 구상이다. 인력 감축에 따라 연간 차량생산 능력도 현재 400만대에서 33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르노 지분 15.01%를 보유한 최대 주주 프랑스 정부는 50억 유로(약 6조8000억원)의 국가 긴급대출안을 마련해놓고 이를 무기로 프랑스 내 인력 유지를 압박했지만, 감원 결정을 막진 못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미래 구상과 관련해 노조와 사측이 협의할 것을 조건으로 긴급대출안을 승인했다.
독일 BMW도 전세계 임직원 12만6000명의 약 5%에 해당하는 6000명 수준의 감원에 나선다. 이카 호스트메이에르 BMW 인사책임자는 "무급휴가 제공과 계약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 등 기존 대책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BMW는 신규 채용을 연기하고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현재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감축하는 동시에 희망퇴직도 접수할 예정이다.
영국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은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200명을 정리해고 하며, 영국 정부에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의 대출을 요청한 재규어랜드로버도 영국 직원 3만80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만80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추진한다. 독일 부품업체 ZF도 5년간 최대 1만5000명을 해고하기로 헀다. 일본 닛산도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고 스페인 공장 폐쇄도 협의키로 했다. 미국 공장 생산규모는 축소하며, 한국 시장에서는 16년 만에 철수했다.
자동차 업계의 대대적인 감원은 코로나19가 촉발했다. 감염병이 세계 각지로 전파되며 생산과 판매 모두 마비 상태에 빠졌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유럽, 인도 등 시장 7곳의 1분기 판매는 지난해 동기보다 27.5% 급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4월 중순 기준 세계 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28.8%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했고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2.1% 줄어든 703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자동차 업계는 감원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자동차 업계 감원의 트리거(방아쇠)가 되긴 했지만,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차량 판매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17년 9219만대 규모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수입이 줄어들며 구매력도 감소하고 있어 코로나19의 경제 여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래 전기차 생산 체제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가 감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약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1만9000개, 2만4000개를 사용한다. 전기차를 기준으로 약 40%의 부품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생산 공정도 단축되며, 자연스레 필요 인력도 줄어든다. 장기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 드라이브 샤프트 등 기존 구동장치의 소멸도 예상된다.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아우디, 제너럴모터스(GM) 등 굵직한 자동차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감원에 나서고 있다. 아우디는 전체 인원의 16%에 해당하는 9500명을 내보내고 다임러도 내후년까지 1만명을 정리해고한다. 미국 포드도 1만7000명 규모 감축을 진행한다. 이미 자동차 업계가 어려운 상황던 만큼 감원을 미루던 기업들에게는 코로나19가 결단을 내리도록 종용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코로나 감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에서는 인력을 최소 20%, 최대 40%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수소차 전환과 공정 자동화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분석이었다. 당시에는 희망적인 관측도 제기됐다. 현 정년을 유지할 경우 2025년이면 현대차 정규직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7000명이 정년퇴직을 하는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회복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세계 자동차 판매량 감소는 장기화될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이나 신규 채용 등을 고려한다면 국내 기업들도 기존 인력 규모를 유지하는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르노, BMW,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등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연달아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39개국에서 총 18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프랑스 르노그룹은 향후 3년간 1만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만 4600명을 줄이고 해외에서 1만명 이상을 내보낸다는 구상이다. 인력 감축에 따라 연간 차량생산 능력도 현재 400만대에서 33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르노 지분 15.01%를 보유한 최대 주주 프랑스 정부는 50억 유로(약 6조8000억원)의 국가 긴급대출안을 마련해놓고 이를 무기로 프랑스 내 인력 유지를 압박했지만, 감원 결정을 막진 못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미래 구상과 관련해 노조와 사측이 협의할 것을 조건으로 긴급대출안을 승인했다.
독일 BMW도 전세계 임직원 12만6000명의 약 5%에 해당하는 6000명 수준의 감원에 나선다. 이카 호스트메이에르 BMW 인사책임자는 "무급휴가 제공과 계약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 등 기존 대책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BMW는 신규 채용을 연기하고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현재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감축하는 동시에 희망퇴직도 접수할 예정이다.
영국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은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200명을 정리해고 하며, 영국 정부에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의 대출을 요청한 재규어랜드로버도 영국 직원 3만80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만80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추진한다. 독일 부품업체 ZF도 5년간 최대 1만5000명을 해고하기로 헀다. 일본 닛산도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고 스페인 공장 폐쇄도 협의키로 했다. 미국 공장 생산규모는 축소하며, 한국 시장에서는 16년 만에 철수했다.
자동차 업계의 대대적인 감원은 코로나19가 촉발했다. 감염병이 세계 각지로 전파되며 생산과 판매 모두 마비 상태에 빠졌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유럽, 인도 등 시장 7곳의 1분기 판매는 지난해 동기보다 27.5% 급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4월 중순 기준 세계 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28.8%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했고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2.1% 줄어든 703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자동차 업계는 감원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자동차 업계 감원의 트리거(방아쇠)가 되긴 했지만,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차량 판매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17년 9219만대 규모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수입이 줄어들며 구매력도 감소하고 있어 코로나19의 경제 여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래 전기차 생산 체제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가 감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약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1만9000개, 2만4000개를 사용한다. 전기차를 기준으로 약 40%의 부품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생산 공정도 단축되며, 자연스레 필요 인력도 줄어든다. 장기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 드라이브 샤프트 등 기존 구동장치의 소멸도 예상된다.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아우디, 제너럴모터스(GM) 등 굵직한 자동차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감원에 나서고 있다. 아우디는 전체 인원의 16%에 해당하는 9500명을 내보내고 다임러도 내후년까지 1만명을 정리해고한다. 미국 포드도 1만7000명 규모 감축을 진행한다. 이미 자동차 업계가 어려운 상황던 만큼 감원을 미루던 기업들에게는 코로나19가 결단을 내리도록 종용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코로나 감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에서는 인력을 최소 20%, 최대 40%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수소차 전환과 공정 자동화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분석이었다. 당시에는 희망적인 관측도 제기됐다. 현 정년을 유지할 경우 2025년이면 현대차 정규직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7000명이 정년퇴직을 하는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회복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세계 자동차 판매량 감소는 장기화될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이나 신규 채용 등을 고려한다면 국내 기업들도 기존 인력 규모를 유지하는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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