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명품 풀리자…200만원 핸드백 10분 만에 '품절'
“접속자가 많아 사이트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3일 오전 9시45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공식 온라인몰 ‘SI빌리지’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마비됐다. SI빌리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신세계면세점의 재고 명품 할인 행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에서 팔리지 못한 재고 상품을 신세계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행사다. 대상은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발렌티노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품 브랜드들이었다. 그러나 행사 시작 전 15만 명의 네티즌이 몰리면서 시스템이 다운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판매 전 신규 회원 수가 전주 대비 10배나 늘었다”며 “서버 용량을 대폭 늘려 대비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엔 접속 지연을 알리는 문구가 1시간20분 동안 걸렸다.

1시간20분간 접속 장애

이날 행사 판매 상품은 200여 종. 가방과 지갑, 파우치가 다수였다. 제품마다 백화점 정상가와 할인 가격이 나란히 표시됐다. 10~50%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운 좋게(?) 홈페이지에 접속한 네티즌은 폭풍 쇼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 시작 10분 만에 3종의 제품이 품절됐다. 생로랑의 ‘루루 모노그램 미디움 체인 숄더백’은 정상가(295만원)에서 약 30% 할인한 204만4000원에, 232만원이던 발렌티노 ‘로고 리본 크로스백’은 38% 할인한 143만5000원에, 78만7000원짜리 발렌시아가 ‘익스플로러 파우치 스트랩’은 51만2000원에 각각 매진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인기 상품인 데다 수량이 적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접속 장애는 행사 시작 1시간20분 만인 오전 11시20분께 해결됐다. 이후 ‘광쇼핑’은 계속됐다. 할인 행사전은 이날부터 12일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오후 4시 현재 90%가 품절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차 재고 판매 행사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신라도 네티즌 폭주 예고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도 이날 오전 9시부터 명품 브랜드 펜디와 지방시의 재고 상품 총 85종을 판매했다. 면세점 판매 가격보다 최대 46% 할인했다. 행사가 미리 공지되지 않아 SI빌리지처럼 홈페이지가 다운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오후 3시 현재 85개 품목 중 17개(20%)가 품절됐다. 쓱닷컴은 매주 브랜드를 바꿔 면세점 재고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지난 4월 면세점들의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상품을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재고 상품을 팔 계획이다. 판매 브랜드는 협의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3개 매장에 재고 상품을 푼다. 이달 26일부터 롯데백화점이 여는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해외 명품 등 10개 브랜드 상품을 내놓는다. 예약 주문을 받은 신세계와 달리 롯데백화점이 면세점 재고를 직매입해 팔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상품을 사는 즉시 받을 수 있다. 신라면세점도 이달 말 재고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