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맞는지 심의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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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
법조계 "삼성의 마지막 카드"
법조계 "삼성의 마지막 카드"
경영권 승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 수사의 적절성 및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달라는 의미다. 법조계 안팎에선 삼성이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검찰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의 변호인들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검찰청에 설치된 검찰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안건으로 올라온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이 적절한지 심의한다. 삼성은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이 부회장한테 범죄 혐의가 있다고 예단하고 과잉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 사건이 검찰수사심의위에 올라가면 이 부회장의 운명은 사실상 검찰 외부 전문가들의 손에 달리게 된다. 대검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주임검사는 검찰수사심의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檢 '이재용 기소'로 기울자…삼성 "외부 전문가가 객관적 판단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 소집 요청’이란 카드까지 꺼내든 이유는 현재 이뤄지는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가만히 있다가는 꼼짝없이 법정에 서는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본 이 부회장 측이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이번 수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삼성이 절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측 “검찰 수사 불공정”
검찰 안팎에선 그동안 이 부회장이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한 사실로 통했다. 삼성 수사팀 사이에선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들이 1년8개월째 삼성을 수사해놓고 이 부회장을 무혐의 처분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받고 있는 분식회계 의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삼성이 조직적으로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는 쪽으로 합병 비율을 정했다는 것이다. 역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바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2017년 삼성물산 옛 주주가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에서 당시 재판부가 원고 패소 판결한 점으로 비춰볼 때 “법원도 합병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주장한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의 본질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어떤 방식으로 회계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일 뿐인데, 검찰이 마치 부정한 범죄가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아니라 환부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는 ‘해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이 부회장으로선 당연히 검찰보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여부 등을 판단받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심의위의 결론을 대체로 수용했다.
검찰시민위원회 통과가 먼저
이 부회장의 ‘마지막 카드’가 실현될지는 지금으로선 미지수다. 대검찰청에 설치된 심의위의 판단을 받아보려면 서울중앙지검의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 심의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시민위 문턱을 넘는 것조차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까지 검찰이 직접 국민의 의견을 들어본다는 차원에서 심의위 소집을 요구한 사례는 많지만, 사건관계인의 요구로 열린 적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만약 시민위를 통과해 심의위가 열리면 이 부회장에겐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조 이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경제적 영향 등 외부 요인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작용할 수 있다”며 “변호인으로선 당연히 이 부회장의 혐의가 없다는 점과 함께 이 같은 부분을 집중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의위 차원에서 기소 의견을 낸다면 향후 공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검찰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가 무혐의 의견을 낼 경우 검찰엔 최악의 상황이 된다. 1년8개월 동안 애먼 사람을 잡았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심의위가 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이번 수사를 둘러싼 검찰권 남용 이슈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그동안 삼성 전·현직 임직원 등 100여 명을 소환조사했으며, 임원급 인사들은 한 달에 3회꼴로 소환해 과잉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수사 초기엔 검찰이 증거인멸 혐의만으로 삼성 임직원 8명을 구속해 ‘별건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르면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 초께로 예상됐던 검찰의 이번 수사 마무리 시점도 늦어지게 됐다. 심의위가 소집되면 심의위 결론이 나기 전까지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시민위를 언제 열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3일 검찰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의 변호인들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검찰청에 설치된 검찰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안건으로 올라온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이 적절한지 심의한다. 삼성은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이 부회장한테 범죄 혐의가 있다고 예단하고 과잉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 사건이 검찰수사심의위에 올라가면 이 부회장의 운명은 사실상 검찰 외부 전문가들의 손에 달리게 된다. 대검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주임검사는 검찰수사심의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檢 '이재용 기소'로 기울자…삼성 "외부 전문가가 객관적 판단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 소집 요청’이란 카드까지 꺼내든 이유는 현재 이뤄지는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가만히 있다가는 꼼짝없이 법정에 서는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본 이 부회장 측이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이번 수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삼성이 절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측 “검찰 수사 불공정”
검찰 안팎에선 그동안 이 부회장이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한 사실로 통했다. 삼성 수사팀 사이에선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들이 1년8개월째 삼성을 수사해놓고 이 부회장을 무혐의 처분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받고 있는 분식회계 의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삼성이 조직적으로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는 쪽으로 합병 비율을 정했다는 것이다. 역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바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2017년 삼성물산 옛 주주가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에서 당시 재판부가 원고 패소 판결한 점으로 비춰볼 때 “법원도 합병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주장한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의 본질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어떤 방식으로 회계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일 뿐인데, 검찰이 마치 부정한 범죄가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아니라 환부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는 ‘해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이 부회장으로선 당연히 검찰보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여부 등을 판단받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심의위의 결론을 대체로 수용했다.
검찰시민위원회 통과가 먼저
이 부회장의 ‘마지막 카드’가 실현될지는 지금으로선 미지수다. 대검찰청에 설치된 심의위의 판단을 받아보려면 서울중앙지검의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 심의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시민위 문턱을 넘는 것조차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까지 검찰이 직접 국민의 의견을 들어본다는 차원에서 심의위 소집을 요구한 사례는 많지만, 사건관계인의 요구로 열린 적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만약 시민위를 통과해 심의위가 열리면 이 부회장에겐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조 이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경제적 영향 등 외부 요인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작용할 수 있다”며 “변호인으로선 당연히 이 부회장의 혐의가 없다는 점과 함께 이 같은 부분을 집중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의위 차원에서 기소 의견을 낸다면 향후 공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검찰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가 무혐의 의견을 낼 경우 검찰엔 최악의 상황이 된다. 1년8개월 동안 애먼 사람을 잡았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심의위가 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이번 수사를 둘러싼 검찰권 남용 이슈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그동안 삼성 전·현직 임직원 등 100여 명을 소환조사했으며, 임원급 인사들은 한 달에 3회꼴로 소환해 과잉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수사 초기엔 검찰이 증거인멸 혐의만으로 삼성 임직원 8명을 구속해 ‘별건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르면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 초께로 예상됐던 검찰의 이번 수사 마무리 시점도 늦어지게 됐다. 심의위가 소집되면 심의위 결론이 나기 전까지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시민위를 언제 열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