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에서 8일째 계속된 가운데 폭력·약탈·방화 등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조금씩 잦아드는 모양새다.

이날 트위터에선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관통하는 열차에서 TV 등 화물을 터는 동영상이 급속히 확산됐다. 주로 흑인으로 보이는 무리는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경쟁적으로 올라타 무차별적으로 물건을 끄집어 냈다. 대형 텔레비전 등을 들고 사라지는 모습이 촬영됐다.
미국 전역에서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관통하는 열차에서 TV 등 화물을 터는 장면이 촬영됐다. 트위터 동영상 캡처
미국 전역에서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관통하는 열차에서 TV 등 화물을 터는 장면이 촬영됐다. 트위터 동영상 캡처
워싱턴DC에서는 수 천명의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외곽 잔디밭과 링컨 기념관 앞에 모여 “침묵은 폭력”“정의도 평화도 없다” 등 구호를 외쳤다. 뉴욕시에선 통행 금지가 시작하는 오후 8시를 넘겨서도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고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했다.

다만 전날과 달리 경찰과 큰 충돌 없이 평화 행진을 벌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제는 맨해튼의 명품 매장 몇 곳이 약탈을 당했으나 오늘은 비교적 잠잠했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 경찰차가 불태워졌던 애틀랜타에서는 많은 시위대가 평화롭게 행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 방위군은 현재 29개 주(州)에 1만8000여명 배치됐다. 이런 병력 규모는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병력과 맞먹는 규모라고 CNN은 전했다.

주 방위군 사령관인 조지프 렝겔은 기자회견에서 “전국에 걸친 폭력 행위는 줄었지만 시위 자체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항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한인 상점들의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