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설립, 국내 미래 과학기술을 육성·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기초과학·소재·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있다. 이번 과제 선정까지 포함해 그동안 589개 연구과제에 758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최근 세계적 학술지에서 한국의 적극적 연구개발(R&D) 투자와 성과를 집중 조명했다”며 “분야에 관계없이 세상을 바꿀 만한 도전적 아이디어와 인재를 발굴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이런 변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올 상반기 기초과학 분야에서 14개 과제를 선정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 지원이 늘어난 게 눈에 띈다. 기초과학 분야 지원 과제의 약 30%(4건)가 건강 관련 주제다.
연구과제에 선정된 김성연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포만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포만감을 느끼는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는 신경회로 관련 인자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 식욕 조절을 통한 비만·당뇨 등 치료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마스 슐츠 UNIST(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는 레이저를 이용해 별과 별 사이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성간물질(interstellar matter)’의 조성과 구조를 밝힌다. 연구를 통해 별의 탄생, 사멸 등 은하의 진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 분야는 차세대 광원, 배터리 소재 등 산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제를 포함해 바이오 결합기술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8개 과제를 지원한다.
박홍규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암호통신의 기초인 광자를 생성하는 광원에 대한 연구를 한다. 현재 기술로는 통신에 사용가능한 단일 광자 생성이 불가능한데, 가시광 파장의 단일 광자를 통신에서 쓸 수 있는 단일 광자로 변환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췄다.
오승수 포스텍(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분자인식 기반의 고효율 바이오 결합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항암제 기술을 연구한다. 항체와 약물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특정 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항체약물결합체’를 고도로 발전시켜 치료 효과를 높이는 기술. 기존보다 최대 1000배 이상 치료 효과를 내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CT 분야에서는 뇌종양 치료, 차세대 이미징, AI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서 6개 연구과제가 낙점됐다.
최영빈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는 뇌종양 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통상 뇌종양은 두개골 절제 수술이 이뤄지고 있으나 최 교수팀은 △뇌종양 치료액 △치료액을 종양에 이동시키는 전기장치 △치료액 속도와 양을 제어하는 딥러닝 알고리즘 등 종합 치료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두개골 절제를 최소화하면서 악성 세포에만 항암제를 주입, 부작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혁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교수는 장애물 뒤의 물체를 촬영 가능한 ‘비시선 이미징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 기술은 방출된 광원이 반사돼 돌아오는 정보를 재조합해 영상을 만들 수 있어 차세대 이미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신개념 광원과 AI를 결합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 기존에 수십 시간 걸리던 영상 구현을 수 초로 단축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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