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영국 이민법을 바꿔서라도 홍콩인 약 285만명에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하자 중국이 이를 두고 내정 간섭이라며 맞섰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례브리핑 중 "존슨 총리의 발언은 중국 내정에 대한 외국의 간섭"이라며 "영국이 냉전시기 식민통치 시대 사고방식을 버리고,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다는 현실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맹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영국이 홍콩과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역효과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영국 총리의 발언에)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하며, 이미 영국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존슨 총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강행할 경우 홍콩인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영국해외시민여권 소지자 약 35만명에다 추가 250만명에 영국해외시민여권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영국해외시민여권은 영국 식민지 출신자 등에게 부여하는 준(準) 시민권이다. 이 여권이 있으면 비자가 없이도 6개월간 영국에 머물 수 있다.

존슨 총리는 이민법을 개정해 영국해외시민여권이 있는 홍콩인에게 매년 갱신할 수 있는 1년짜리 체류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존슨 총리는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은 (영국과의)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것과 반대되는 일"이라며 "영국은 홍콩 시민과의 역사적 유대와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날 영국에 본사를 둔 HSBC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각각 홍콩 보안법 지지 의사를 밝혔다. 피터 웡 HSBC 아시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홍콩보안법을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하고 이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알렸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일국양제(한 나라 두 제도)는 홍콩 미래의 핵심"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두 기업은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중국과 홍콩 등에서 주요 매출이 나온다. HSBC는 중국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