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데이'는 우리 상표야, 쓰지마"…11번가, 위메프에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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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데이' 등 할인행사 명칭 놓고 분쟁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깃발 꽂기'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깃발 꽂기'
SK그룹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11번가가 경쟁사 위메프를 상대로 2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1번가는 위메프 측에서 ‘11데이’라는 이름으로 할인 행사를 하는 등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할인행사 등을 놓고 국내 e커머스업체 간 출혈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법적 분쟁도 더 빈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1데이’ 쓰지 마세요”
4일 법조계에 따르면 11번가는 ‘11데이’ 혹은 ‘111데이’ 등의 명칭으로 특가 할인행사를 한 위메프에 대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2부(부장판사 염호준)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변론준비기일이 종결됐고 다음달 17일부터 본격적인 변론기일이 시작된다.
위메프는 1월 1일에는 ‘11데이’, 1월 11일에는 ‘111데이’, 11월 11일에는 ‘1111데이’라는 식으로 특가 할인행사를 했다. 11번가는 이 행사로 자사의 ‘11days’ ‘11데이’ 등의 상표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11번가는 2009년 ‘11days’, 지난해 12월 ‘11데이’의 상표 등록을 마쳤다.
재판의 쟁점은 위메프가 ‘11데이’ 등의 문구를 ‘상표’로 썼는지 여부다. 상표로 쓴 것이 아니라 1월 1일, 1월 11일 등을 설명하는 의미로 쓴 표현이라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표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특허전문 변호사는 “11번가는 ‘11’이 기업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서도 “기존에 등록된 상표로 특정 날짜를 나타내는 표현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표 분쟁은 온라인판 ‘깃발 꽂기’
‘OO데이’를 둘러싼 국내 e커머스 기업 간 상표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디지털데이’를 놓고 분쟁을 벌였다. 위메프는 2018년 ‘위메프 디지털데이’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티몬이 지난해부터 ‘티몬 디지털데이’라는 이름으로 특가 행사를 시작하자 사용 중지를 요구했다. 티몬은 디지털데이가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 때문에 위메프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위메프는 ‘디지털데이’로도 상표 출원에 나섰지만 등록하지 못했다.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표현도 업계에서 논란이 됐다. 위메프는 2014년 ‘블랙프라이데이’로 상표 등록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동종업계에선 특가 할인행사를 할 때마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이름을 고심하고 있다.
특허법인 정안의 정용기 변리사는 “과거 유통업체가 핵심 상권에 먼저 매장을 내는 일명 ‘깃발 꽂기’가 온라인·모바일로 옮겨오면서 튀는 명칭의 할인행사나 문구 등을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바뀐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OO데이’라고 검색하면 자사 쇼핑몰로 들어오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에서 매장을 확보하는 것처럼 검색어를 독점해 온라인에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위메프 측은 이날 “위메프는 2017년부터 매달 월, 일이 겹치는 때에 ‘OO데이’를 써왔다”며 “‘11데이’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이 11번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11번가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 공식적으로 낼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11데이’ 쓰지 마세요”
4일 법조계에 따르면 11번가는 ‘11데이’ 혹은 ‘111데이’ 등의 명칭으로 특가 할인행사를 한 위메프에 대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2부(부장판사 염호준)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변론준비기일이 종결됐고 다음달 17일부터 본격적인 변론기일이 시작된다.
위메프는 1월 1일에는 ‘11데이’, 1월 11일에는 ‘111데이’, 11월 11일에는 ‘1111데이’라는 식으로 특가 할인행사를 했다. 11번가는 이 행사로 자사의 ‘11days’ ‘11데이’ 등의 상표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11번가는 2009년 ‘11days’, 지난해 12월 ‘11데이’의 상표 등록을 마쳤다.
재판의 쟁점은 위메프가 ‘11데이’ 등의 문구를 ‘상표’로 썼는지 여부다. 상표로 쓴 것이 아니라 1월 1일, 1월 11일 등을 설명하는 의미로 쓴 표현이라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표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특허전문 변호사는 “11번가는 ‘11’이 기업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서도 “기존에 등록된 상표로 특정 날짜를 나타내는 표현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표 분쟁은 온라인판 ‘깃발 꽂기’
‘OO데이’를 둘러싼 국내 e커머스 기업 간 상표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디지털데이’를 놓고 분쟁을 벌였다. 위메프는 2018년 ‘위메프 디지털데이’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티몬이 지난해부터 ‘티몬 디지털데이’라는 이름으로 특가 행사를 시작하자 사용 중지를 요구했다. 티몬은 디지털데이가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 때문에 위메프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위메프는 ‘디지털데이’로도 상표 출원에 나섰지만 등록하지 못했다.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표현도 업계에서 논란이 됐다. 위메프는 2014년 ‘블랙프라이데이’로 상표 등록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동종업계에선 특가 할인행사를 할 때마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이름을 고심하고 있다.
특허법인 정안의 정용기 변리사는 “과거 유통업체가 핵심 상권에 먼저 매장을 내는 일명 ‘깃발 꽂기’가 온라인·모바일로 옮겨오면서 튀는 명칭의 할인행사나 문구 등을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바뀐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OO데이’라고 검색하면 자사 쇼핑몰로 들어오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에서 매장을 확보하는 것처럼 검색어를 독점해 온라인에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위메프 측은 이날 “위메프는 2017년부터 매달 월, 일이 겹치는 때에 ‘OO데이’를 써왔다”며 “‘11데이’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이 11번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11번가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 공식적으로 낼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