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칼럼] 노사 갈등 조장하는 낡은 노동법
“2년마다 노조위원장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계파 간 경쟁으로 회사 측과 어렵게 협상한 끝에 도달한 합의안마저 번복되는 일이 흔하다.”

노조위원장 출신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노조위원장 임기는 노동조합법에 3년으로 정해져 있다. 양대 노총 위원장 임기가 3년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보다 짧은 경우가 많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조 가운데 절반 넘는 곳의 집행부 임기가 2년 이하다.

노조 집행부 임기가 짧아진 것은 1987년 이른바 ‘민주노조 건설 운동’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합원 직선제’와 ‘노조위원장 임기 단축(3년→2년)’을 슬로건으로 내건 노조가 많았다. 대의원들이 간접 선거로 선출해 장기 집권하는 ‘어용노조’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잦은 노조 선거가 갈등 키워

하지만 잦은 선거와 이에 기인한 노조 내부의 지나친 경쟁은 이제 안정적, 합리적 노사 관계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집행부 선거에서 낙선한 계파는 어떻게든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고 현 집행부를 맹렬히 견제하고, 현 집행부는 이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강성으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과 기업의 이익은 무시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법 규정과 맞물려 노사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 법적 유효기간은 2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업에서 관행적으로 매년 임금협상을 한다. 한 해 걸러서는 단체교섭을 또 한다. 노조 설립 후 몇 해만 지나면 어지간한 사항은 모두 단체협약에 반영된다. 더 넣을 조항이 없게 되지만 새로 선출된 노조 집행부는 ‘성과’를 내야 한다. 단체협약에 뭐라도 욱여넣을 수밖에 없다. ‘노조원 자녀 특별 채용’ 같은 위법적 사항까지 단협에 들어가는 이유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1953년 노조법에서 1년으로 정해진 뒤 한때 3년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1996년 2년으로 정리됐다.

여기에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최저임금법도 가세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6월 29일까지 다음 연도의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말이 심의지 실상은 극한 협상이다. 근로자·사용자 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농성과 퇴장까지도 불사한다.

조합원은 안중에 없는 협상만

현 정부 들어 2년간 최저임금은 16.4%, 10.9% 고율 인상돼 자영업자 등에게 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 어쩔 수 없이 2.9%로 인상 속도를 조절한 이유다. 노동계는 심의에 참여한 근로자위원들이 협상에서 지고 왔다며 ‘질책성 교체’를 했다. 그나마 지난달 말에야 정부에 명단을 제출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어서 법정 시한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올해 위원회는 아직 문도 못 열었다.

새로 추천된 근로자위원은 ‘강성’으로 알려졌다. 반재벌 투쟁, 민중 총궐기, 비정규직 철폐 투쟁 등을 주도했던 현장 운동가들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폭이 합리적으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다소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지만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무총리 주도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지만 정작 최저임금위원회는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입장도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소모적 갈등이 매년 반복되는 배경에는 낡은 노동법이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에 대한 개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