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북전단' 윽박에 바짝 엎드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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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살포 막지 않으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각오해야"
청와대 "대북전단은 백해무익"
통일부 "살포금지법 만들 것"
"대북굴종·표현자유 억압" 지적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각오해야"
청와대 "대북전단은 백해무익"
통일부 "살포금지법 만들 것"
"대북굴종·표현자유 억압" 지적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4일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이 이날 새벽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함을 드러낸 지 4시간여 만에 나온 우리 정부의 반응이다. 지나친 대북 굴종 외교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배치될 소지가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등)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법률 정비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도 했다.
통일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여 대변인은 이와 관련, “대북전단 문제가 남북한 관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하다”며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에 정부는 앞으로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날 새벽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김여정의 요구를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는 지난달 31일 이뤄졌다. 당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경기 김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일각에선 북한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남북 접경인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데 이어 지난달 남측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하고도 아직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북한의 주장처럼 긴장 조성 행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그간 아무리 북한 눈치 보기 논란이 있었어도 이번처럼 곧바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사상 초유”라며 “정부와 여당이 총선 이후 남북 관계 개선에 올인하면서 지나치게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와 배치될 수 있어 위헌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8년에도 대북전단 살포 시 미리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위헌 논란 등이 불거져 통과되지 못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등)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법률 정비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도 했다.
통일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여 대변인은 이와 관련, “대북전단 문제가 남북한 관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하다”며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에 정부는 앞으로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날 새벽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김여정의 요구를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는 지난달 31일 이뤄졌다. 당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경기 김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일각에선 북한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남북 접경인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데 이어 지난달 남측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하고도 아직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북한의 주장처럼 긴장 조성 행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그간 아무리 북한 눈치 보기 논란이 있었어도 이번처럼 곧바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사상 초유”라며 “정부와 여당이 총선 이후 남북 관계 개선에 올인하면서 지나치게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와 배치될 수 있어 위헌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8년에도 대북전단 살포 시 미리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위헌 논란 등이 불거져 통과되지 못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