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직원이 뭘 안다고…" 수군댔지만 '3분 검사' 워크스루 개발, 세계가 놀랐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여현 사무관의 헌신&혁신
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운다
기존 음압텐트는 검사에 1시간
빠르고 안전한 '워크스루' 구상
자비 들여 부스 제조업체 찾아
특허도 등록…해외서 327대 구입
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운다
기존 음압텐트는 검사에 1시간
빠르고 안전한 '워크스루' 구상
자비 들여 부스 제조업체 찾아
특허도 등록…해외서 327대 구입
공중전화 박스 크기의 사각형 부스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간다. 부스에 부착된 고무장갑을 끼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필요한 검체를 채취한다. 걸리는 시간은 단 3분. 한 사람당 한 시간이 걸리는 음압텐트 검사에 비해 시간이 20분의 1로 줄었다. 비용은 3분의 1이다.
워크스루형 검사장비를 이용한 코로나19 검사의 모습이다. 말 그대로 야외에 설치된 부스를 걸어서 지나가며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은 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던 한 의료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안여현 부산 남구보건소 사무관(41)이 주인공이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주말도 없이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격무에 시달리며 “보다 쉽고 안전하게 코로나19를 진단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결과다.
워크스루형 검사장비는 4월까지 국내에 46대가 보급됐다. 일본, 러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327대를 구입해 갔다.
이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검진은 내부 공기의 외부 확산을 막는 음압텐트 안에서 D레벨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에 의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텐트에서 환자의 비말이 섞인 공기를 빼내고 새로운 공기를 채우는 데 40분, 혹시나 비말이 튀었을지 모르는 텐트 안을 일일이 소독제로 닦는 데 20분이 걸린다. 그럼에도 비말을 뒤집어쓴 의료진은 방역복을 벗는 과정에서 감염될 우려가 있다.
안 사무관이 개발한 워크스루 검사장비는 안의 공기를 바깥으로 못 나가게 하는 음압부스를 바깥 공기가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양압부스로 뒤집은 발상의 전환이 비결이다. 피검자가 재채기를 하더라도 공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부스 안으로 비말이 들어가지 않아 의료진은 안전하다. 검체를 채취한 뒤 비말이 튄 부스 바깥면을 닦고, 고무장갑만 교체하면 돼 다음 검사를 위한 준비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안 사무관은 실제로 이 장비를 활용해 하루 50명까지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도 했다. 기존 음압텐트였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3월 말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크릴판으로 피검자의 상반신을 가리는 박스를 직접 스케치해 만들기도 하고, 결핵 환자 검사에 사용하는 음압부스에 코로나19 피검자가 들어가 검사를 받도록 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지방 보건소 직원이면 있는 장비로 열심히 하면 되지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고 핀잔을 했다.
안 사무관은 사비를 들여 코로나19 관련 해외 유료 논문을 찾아보고, 아이디어를 구현해줄 부스 제조업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보다 많은 이에게 아이디어를 알리려고 특허 등록을 하려 했지만 일선 보건소 직원을 위한 지원은 전무했다. ‘공무원 직무 발명제’라는 제도가 있지만 중앙부처 공무원과 부산시청 공무원만 대상이었다. 어려움을 알게 된 특허청의 지원으로 안 사무관은 워크스루 검사 부스를 만든 고려기연과 함께 공동특허 출원을 할 수 있었다.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이 필요할 때는 특허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서약도 했다.
안 사무관은 “부산 남구보건소가 부족한 예산에도 양압부스 구입 경비를 지원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지역사회를 전염병의 위협에서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워크스루형 검사장비를 이용한 코로나19 검사의 모습이다. 말 그대로 야외에 설치된 부스를 걸어서 지나가며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은 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던 한 의료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안여현 부산 남구보건소 사무관(41)이 주인공이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주말도 없이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격무에 시달리며 “보다 쉽고 안전하게 코로나19를 진단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결과다.
워크스루형 검사장비는 4월까지 국내에 46대가 보급됐다. 일본, 러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327대를 구입해 갔다.
코로나 사투 속 피어난 혁신
4일 부산에서 만난 안 사무관은 “이러다간 내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발에 나섰다”며 웃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안 사무관은 귀가해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남편과 초등학생 딸에게 혹시나 코로나19를 옮길까 두려워서였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의료진은 검사받는 사람과 10~15㎝ 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가느다란 종이 막대를 코와 입 속에 찔러 넣어 검체를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피검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며 코로나19의 가장 큰 전파원인 비말을 사방에 흩뿌린다.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많은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유다.이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검진은 내부 공기의 외부 확산을 막는 음압텐트 안에서 D레벨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에 의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텐트에서 환자의 비말이 섞인 공기를 빼내고 새로운 공기를 채우는 데 40분, 혹시나 비말이 튀었을지 모르는 텐트 안을 일일이 소독제로 닦는 데 20분이 걸린다. 그럼에도 비말을 뒤집어쓴 의료진은 방역복을 벗는 과정에서 감염될 우려가 있다.
안 사무관이 개발한 워크스루 검사장비는 안의 공기를 바깥으로 못 나가게 하는 음압부스를 바깥 공기가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양압부스로 뒤집은 발상의 전환이 비결이다. 피검자가 재채기를 하더라도 공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부스 안으로 비말이 들어가지 않아 의료진은 안전하다. 검체를 채취한 뒤 비말이 튄 부스 바깥면을 닦고, 고무장갑만 교체하면 돼 다음 검사를 위한 준비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안 사무관은 실제로 이 장비를 활용해 하루 50명까지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도 했다. 기존 음압텐트였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직접 스케치, 시행착오 거듭
마취·통증전문의인 안 사무관은 2016년부터 보건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급여가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 민간 병원보다 일이 적은 보건소로 옮겼는데 코로나19로 ‘도루묵’이 됐다”고 말했다.3월 말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크릴판으로 피검자의 상반신을 가리는 박스를 직접 스케치해 만들기도 하고, 결핵 환자 검사에 사용하는 음압부스에 코로나19 피검자가 들어가 검사를 받도록 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지방 보건소 직원이면 있는 장비로 열심히 하면 되지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고 핀잔을 했다.
안 사무관은 사비를 들여 코로나19 관련 해외 유료 논문을 찾아보고, 아이디어를 구현해줄 부스 제조업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보다 많은 이에게 아이디어를 알리려고 특허 등록을 하려 했지만 일선 보건소 직원을 위한 지원은 전무했다. ‘공무원 직무 발명제’라는 제도가 있지만 중앙부처 공무원과 부산시청 공무원만 대상이었다. 어려움을 알게 된 특허청의 지원으로 안 사무관은 워크스루 검사 부스를 만든 고려기연과 함께 공동특허 출원을 할 수 있었다.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이 필요할 때는 특허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서약도 했다.
안 사무관은 “부산 남구보건소가 부족한 예산에도 양압부스 구입 경비를 지원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지역사회를 전염병의 위협에서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