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연방군 투입을 경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에서 “폭력이 계속되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한 지 이틀 만인 3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사진)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군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군 투입은) 상황에 달려 있다. 그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자처해 “법 집행(시위 진압)을 위한 병력 동원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그리고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일 ‘교회 이벤트’에 대해서도 그곳에 왜 가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의 (브리핑) 발언에 화가 나 나중에 백악관에서 그를 질책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 언론에선 에스퍼 장관 경질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의 반발은 군 안팎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제임스 밀러 전 국방부 차관은 전날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에스퍼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형편없는 권력 사용 지시를 막을 수 없었을지 몰라도, 저항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그러는 대신 당신은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방과학위원회 위원직을 내던졌다.

에스퍼 장관의 전임자인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이날 시사매체 애틀랜틱에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노력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첫 대통령”이라며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