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봉투 전해줘라"…故 구본무 당부에서 시작된 LG의인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15년 의정부 화재 '동앗줄 의인' 이승선씨에
직원 두 번이나 보내 사례하려 했으나 극구 사양
감동한 구 회장 "공식적으로 상 주자"며 의인상 만들어
구인회 창업주의 독립운동 자금 지원이 시초
직원 두 번이나 보내 사례하려 했으나 극구 사양
감동한 구 회장 "공식적으로 상 주자"며 의인상 만들어
구인회 창업주의 독립운동 자금 지원이 시초

2015년 1월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은 한 직원에게 현금이 든 봉투를 건네며 경기 의정부에 사는 이승선씨에게 전해주고 오라고 당부했다.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 기업은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구인회 창업주의 지론은 잘 알려졌다. 그는 평소 "우리도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기업만이 영속적으로 대성할 수 있는 것이다"고도 강조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구본무 회장이 2015년 이 씨에게 현금을 전달하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간판 시공업자 이 씨는 당시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밧줄을 이용해 탈출하지 못한 시민 10명을 혼자서 구해냈다. 언론에서는 그를 '동앗줄 의인'으로 불렀다. 구본무 회장은 그런 이씨에게 사례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LG그룹의 직원은 며칠 뒤 다시 이씨를 찾아갔다. 재차 봉투를 받아달라고 권유했지만 이씨는 또다시 손사레를 쳤다. 오히려 "지난번에 얻어먹었으니 이번엔 내가 사겠소"라며 직원에게 저녁식사까지 대접했다.
이 일화를 듣고 감동한 구본무 회장은 의인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타인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의인들을 공식적으로 포상하자는 취지였다. LG의인상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제정된 계기였다. LG그룹 고위관계자는 "보이지 않는 지원도 좋지만, 이 씨와 같이 사적인 답례는 거절하는 의인도 있기에 공식적인 상을 주기로 한 것"이라며 "의인의 선행을 귀감으로 삼아 널리 알리면 사회에 '선항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의인상을 만든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유지는 계승돼 발전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는 LG의인상 수상 범위를 사회에 귀감이 될 만한 봉사와 선행을 한 시민들로까지 넓혔다. 이달 4일에는 사고로 불길에 휩싸인 차량에 갇힌 운전자를 구한 최철호씨가 LG의인상을 받았다. 최씨는 지난달 23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서부산 유통단지 입구 도로에서 전복된 차량을 발견한 뒤 "살려달라"는 운전자의 외침에 달려가 구해냈다. 사고 차량은 완전히 불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