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나래씨(30)는 주로 토스 앱에서 환전을 한다. 절차가 간편하고 환율 우대도 쏠쏠히 받을 수 있어서다. 신청한 외화는 공항 지하의 은행 영업점에서 수령한다. 이 씨는 “미리 앱으로 환전을 신청해도 결국은 은행 영업점을 찾아가야 해 출국 시간 전 시간 여유를 갖고 공항에 도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외화 현찰을 수령하기 위해 복잡한 공항에서 은행 영업점을 찾아갈 필요가 없어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융복합·비대면 확산과 경쟁 촉진을 통한 외환서비스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환전 업무의 모든 과정을 다른 업체에 위탁하는 걸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환전한 외화를 택배로 수령하거나 탑승 수속할 때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모바일 앱을 통한 환전은 급속도로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핀테크 업체를 통한 비대면 환전은 5700만달러(약 690억원)로 2018년 하반기에 비해 4200만달러(약 508억원) 급증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토스·카카오페이·페이코 등 17개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자사 ‘환전지갑’ 서비스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방하고 있다. 금융소비자가 토스 앱에서 환전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모든 환전 절차는 하나은행이 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이 토스에 플랫폼을 ‘빌려준’ 형태여서다. 기존 외국환거래규정은 환전의 모든 절차를 은행이나 환전영업자만 할 수 있게끔 했다. 현찰을 수령하기 위해 은행 영업점에 반드시 가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환전 위탁’이 허용되며 진정한 ‘언택트’ 환전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1회에 2000달러(약 240만원) 이하 금액이라면 모바일로 미리 신청한 달러를 ‘쿠팡맨’으로부터 배달받거나 공항 체크인 카운터의 지상직 직원으로부터 건네받을도 수 있게 된다. 은행이 비금융 업체에도 환전 신청 접수부터 대금 수납이나 전달까지 맡기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드라이브 스루’ 환전도 확대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신세계백화점과 제휴해 드라이브 스루 환전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면세점 주차장에서 미리 환전을 신청한 외화를 수령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 환전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 중 하나다. 서비스가 확대되면 환전 신청한 외화를 면세점 뿐 아니라 공항 주차장에서 수령할 수도 있다.

정부는 외환 관련 서비스 혁신을 위해 핀테크 업체의 진입장벽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핀테크 업체의 외환 업무 등록요건을 완화하고 전문인력 교육 과정도 추가한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외환 업무는 인프라가 구축됐어도 핀테크 업체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다”며 “본격 경쟁 구도가 되면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이 환전 수수료 인하와 보다 편리한 현찰 수령 방법 등을 앞다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