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 V60 CC 프로 시승기
▽ '왜건의 무덤'에서도 無할인·반년 대기
▽ 세단 승차감+SUV 공간=패밀리카 정석
▽ 캠핑에도 적합하지만…역동적이진 않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외의 차량은 쉽게 선택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승차감을 원한다면 세단을, 짐을 싣는다면 SUV를 고르고, 중간 지점은 외면한다. 현대차마저 프리미엄 왜건을 표방하며 출시했던 i40를 단종하고 벨로스터와 i30도 수출 위주로 생산하는 처지다.
그런 점에서 볼보 V60 CC는 매우 특이한 차량이다. 여느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일절 할인이 없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지난해 초 출시한 차량이지만, 아직도 대기 기간은 6개월을 훌쩍 넘긴다. 출시 당시에는 출고대기가 1년을 넘길 정도였으니 그나마 줄어든 편이다.

중형차에 해당하는 V60 CC의 전장·전폭·전고는 4785·1850·1490mm로 쏘나타, K5보다 전장이 짧고 전고가 높은 편이다. 외관은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헤드램프와 볼보 특유의 그릴, 스포일러를 적용해 패밀리룩을 살렸다. 실내 역시 볼보의 디자인 코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동급 세단인 S60, SUV인 XC60과의 차이점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대신 축간거리가 2874mm에 달해 S60이나 XC60보다 길었다. 왜건인 V60 CC가 패밀리카로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긴 축간거리는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보장한다. 앞좌석을 운전하기 편한 상태로 맞춰놓고 뒷좌석에 타보니 다리를 비스듬히 펴고 앉아도 될 정도로 공간이 남았다.

승차감은 세단보다 쾌적했다. 동급 세단의 경우 고속 주행에서 통통 튀는 듯 가벼운 느낌을 줬지만, V60 CC는 묵직한 주행이 가능했다. VC60 CC의 지상고는 210mm에 달해 세단보다 높지만, 트렁크 공간 등의 차이로 인해 공차중량이 140kg정도 늘어나면서 주행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
늘어난 무게 덕분인지 시내 저속 주행이나 고속도로 주행에서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잔진동이나 떨림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급가속을 하지 않고 엔진 회전수를 2000rpm 정도에서 유지하면 독일 고급 세단이 연상될 정도의 승차감이 몰려왔다. 뒷좌석에 탄 동승자는 "중형차인데도 사장님 차 느낌이 난다"고 평가했다.

앞좌석과 뒷좌석을 오가며 시승을 하던 중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썬루프가 다소 곡선으로 설계돼 차량의 개방감이 유독 높았고, 센터콘솔 뒤에서는 USB포트가 아닌 230V 콘센트가 탑재되어 있었다. 비행기에서나 볼법한 독서등도 마련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볼보 코리아는 국토 대부분이 숲이나 호수로 이뤄지고 긴 여름을 가진 스웨덴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합치고 캠핑에도 적합한 V60 CC에도 한계는 있다. S60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해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 토크 35.7kg.m의 동력 성능을 동일하게 내지만, 최고속도나 가속성능은 다소 떨어진다. 평일엔 혼자 펀 드라이빙을 즐기고 휴일엔 가족과 탈 패밀리카를 찾는다면 V60 CC는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볼보 V60 CC 가격은 트림에 따라 5280만~5890만원이다. 출고대기 기간이 길기에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은 노리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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