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진단키트 공급과잉 시작, 핵산추출이 관건 될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5일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사진)가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생산 계획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1992년 국내 1호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를 세웠다. 창업 이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에 기반한 진단키트와 진단장비를 개발해왔다.
‘K-방역’이 국가 위상을 드높이고 있지만 진단키트 업체들의 수출은 주춤하다. 진단키트 업체들의 수출대금은 지난달 1억3128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2억65만달러보다 35% 줄었다. 박 대표는 “이미 진단키트의 공급과잉이 시작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유럽에서 성능이 검증된 한국산 진단키트를 선호했지만 유럽 각국이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전세계에서 수백개 업체가 진단키트를 만들고 있어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테스트 1회당 15~20달러에 달하던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가격은 이달 들어 8달러 선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박 대표는 향후 코로나19 진단 시장에서 ‘핵산추출’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단키트를 사용하기 위해선 환자의 타액 등 검체에서 진단 대상이 될 핵산을 검출해야 한다. 이 핵산을 추출하기 위해선 핵산추출장비와 핵산추출시약이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핵산추출시약은 서모피셔, 로슈 등의 다국적 제약사가 전세계 시장의 70~80%를 점유해왔다. 지난 3월 초엔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핵산추출시약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생산 업체를 찾거나 자체 생산에 나서기도 했다.
핵산추출장비는 회사 마다 다르지만 통상 개당 4만~8만달러에 판매된다. 박 대표는 “핵산추출시약을 만들기 위해선 별도 금형 설비를 갖춰야 해 초기 투자 비용으로 20억~30억원이 들어간다”며 “진단키트와 달리 핵산추출시약 공급에 나서는 업체들이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내년 생산 목표”
박 대표는 기존 진단장비의 성능도 개선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은 RT-PCR 진단장비인 ‘엑시사이클러 384’는 유전자 시료 384개를 1시간 20분만에 시험할 수 있는 장비다. 기존 장비보다 4배가량 많은 진단키트를 한 번에 시험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진단에 들어가는 비용의 대부분이 인건비”라며 “효율을 높인 진단장비가 있으면 검사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중진국에서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짧은 간섭 RNA(siRNA)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의 10여개 부위를 잘라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다수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면 돌연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패스트트랙을 통해 내년에 해당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