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대구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외환 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 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우리은행은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에게는 투자원금의 50%를 미리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신한·하나·대구은행은 5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일성하이스코 등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확정했다. 다만 자율배상 대상 기업에 대해선 은행협의체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대응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분쟁조정위는 은행들이 키코 피해 기업 네 곳에 손실액의 15~41%(총 255억원)를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은행별로 신한 150억원, 우리 42억원, 산업 28억원, 하나 18억원, 대구 11억원, 씨티 6억원 등이었다. 나머지 피해 기업 147곳에 대해서는 분쟁 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들에 자율 조정을 권고했다.

세 은행이 ‘불수용’ 의사를 나타내 결과적으로 키코 조정안은 우리은행 한 곳만 받아들였다. 씨티·산업은행은 지난 3월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소비자 보호 책임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길 바랐는데 안타깝다”며 “협의체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한·우리은행 이사회는 라임 펀드 투자자에게 판매 원금의 절반가량을 선지급하는 ‘사적 화해’안을 확정했다. 분쟁조정위 결정 등에 따라 보상 비율이 확정되면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크레디트인슈어드(CI)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에게 50%의 대금을 선지급하고, 우리은행은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펀드를 대상으로 원금의 약 51%를 지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적용된 AI프리미엄 펀드는 원금의 30%만 선지급하기로 했다. 신한·우리은행은 라임펀드 가입자가 이번 선지급안을 받아들이는지와 상관없이 진행 중인 금감원 분쟁 조정과 소송 등에는 그대로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은행이 라임펀드 선지급안을 확정하면서 앞서 선보상안을 밝힌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에 이은 나머지 판매사도 자율 보상안을 속속 내놓을 전망이다.

김대훈/박종서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