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거대 여당 국회의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사법부를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정 법관을 콕 찍어 독설을 퍼붓고, 재판 중인 동료 정치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등 공격 수위가 상식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판사 출신 초선 이수진 의원이 사법부 압박의 선봉에 서 있다. 그는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다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다. 하지만 최근 열린 ‘사법농단 재판’에서 한 법관이 이 의원의 ‘업무역량 부족’ 사실을 증언하자 느닷없이 그를 사법농단 주모자로 지목하며 ‘탄핵’을 공언했다. “모욕감을 줬으니 넌 탄핵”이라는 식의 치졸함이 엿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법원 내부에선 “같은 판사였던 게 부끄럽다”는 반응이 넘친다.

여당 의원들은 독설에 그치지 않고 노골적인 재판 개입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김영진·김한정·김용민·김홍걸 의원은 학술토론회를 열고 이재명 경기지사의 무죄를 주장했다. 하급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압박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의미 있는 새 증거가 없는데도,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 판결이 조작됐다고 벌떼처럼 공격하는 모습에서는 삼권분립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기 힘들다. ‘조국 호위무사’를 자처하다 금배지를 단 청와대 출신 의원은 재판 시작 30분 만에 ‘다른 일정이 있다’며 피고인석 이탈을 요구하는 안하무인식 행태를 보였다.

공공연히 재판에 불복하는 모습에서 ‘선출직 의원이 정의를 대변하며 사법부도 우리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식의 입법 독재적 발상이 뚜렷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날치기 처리해 의회민주주의 조종을 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법은 수많은 위헌논란에 휩싸였고 선거법은 위성정당 출현이라는 코미디 같은 일을 불렀다. 그 지독한 독선을 의회의 울타리를 넘어 사법부로까지 확장시키려 한다면 한국의 법치는 백척간두에 서게 될 것이다.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은 민주정치의 핵심원리다. 이를 통해 최대의 시민자유가 가능하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는 선을 넘어 판결을 뒤집고 사법절차를 부정하는 것은 헌법 유린에 다름 아니다. 지금과 같은 사법부 경시가 고질병이 된다면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당명에 부끄럽지 않은 민주주의 실천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