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명실상부 ‘포인트 공화국’이다. 대기업부터 동네 카페나 미용실까지 자체 포인트를 운영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 수십 개의 멤버십 포인트에 가입돼있지만 얼마나 쌓였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거나 너무 애매한 정도만 쌓여 결국 사용도 못하고 소멸돼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짠테크’는 이렇게 널리 흩어져있는 포인트 관리부터 시작한다. 자주 사용하는 포인트로 한번에 몰아주면 쏠쏠하게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직장인 A씨는 매달 정기예금 이자를 ‘하나머니’로 받는다. 하나은행에서 이자를 만기에 현금이 아닌 매달 하나머니로 받을 경우 우대 금리를 준다고 해서다. 지난해 예금 가입 후 A씨가 이자로 받는 하나머니는 매달 1만원 안팎. A씨는 매달 하나머니가 들어올 때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전환해 온라인 쇼핑 자금에 보탠다.

하나금융그룹의 통합멤버십인 하나머니는 13개의 멤버십 포인트와 16개의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중 네이버페이, 페이코, CJ원포인트 등 11개 멤버십 포인트로 전환하면 포인트의 2%를 돌려주기까지 한다. 신한 KB 우리 농협금융지주도 각각 ‘마이신한포인트’ ‘포인트리’ ‘위비꿀머니’ ‘NH포인트’라는 통합 멤버십 포인트를 운영중이다. 다른 포인트로의 전환은 물론 다른 포인트를 갖고와서 당행 계좌로 입금해 ‘현금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포인트 전환 과정을 이용한 ‘포테크(포인트+재테크)’ 수단들도 있다. 부산은행의 ‘썸포인트적금’는 현금뿐 아니라 ‘엘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체리피커’들은 매달 30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는 엘포인트를 하나머니로 충전했다. 하나머니를 엘포인트로 전환하면 2%를 재적립해주는 혜택을 이용한 것이다. 지난달말까지 진행된 이벤트였지만 하나머니를 ‘한번 거쳐가는 방법으로’ 이자 외에 매달 6000원을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삼포(삼성포인트)적금’도 7번의 포인트 전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많아야 1000원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신용카드 대신 매달 초 적금 붓듯이 현금을 ‘포인트화’해 마일리지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현재는 손실이 막대해진 업체들이 ‘전환 루트’를 막아버려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삼포적금만큼은 아니라도 포인트 전환과 캐시백 혜택을 통해 포인트를 불려나가는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

포인트를 한데 모아 쓰려면 어디에 흩어져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앱은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멤버십 추가만 하면 알아서 이름과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지금까지의 적립 포인트를 한눈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결제시 자동 적립까지 도와준다. 간편결제 앱으로 간간이 적립 포인트를 확인하고 애매한 포인트를 은행이나 간편결제 포인트로 몰아주기만 하면 끝이다. 퇴근길에 앱만 잘 활용하면 1포인트도 헛되이 하지 않는 ‘슬기로운 포인트 생활’이 가능하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