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증세 없이 기본소득 가능"…전문가 "불가능, 나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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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위험한 도박' 시작되나
(3) 재원 마련 가능한가
이재명, 단계적 도입 주장
年 100만원 넘으면 稅감면 축소
200만원 넘으면 새로운 세목 필요
(3) 재원 마련 가능한가
이재명, 단계적 도입 주장
年 100만원 넘으면 稅감면 축소
200만원 넘으면 새로운 세목 필요
“증세나 재정건전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은 얼마든지 가능, 공개토론 요청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이 지사는 이 글에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백가쟁명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주장이 기본소득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본소득 반대 이유는 복지정책이라는 착각에서 생기는 재원 부족, 세부담 증가(증세), 기본복지 폐지, 노동의욕 저하, 국민 반발 등”이라고 적었다.
“연 100만원 넘으면 사실상 증세”
이 지사는 증세 없이 기본소득 도입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를 시작했지만 스스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단기 목표 연 50만원, 중기 목표 연 100만원, 장기 목표 연 600만원(월 50만원)의 단계적 도입을 주장했다. 첫해 연 20만원으로 시작해 수년 내 연 50만원으로 하자는 얘기다. 이때 재정부담은 10조~25조원으로 일반회계예산 조정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중기 목표에서 발생한다. 그는 1인당 연 1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조세감면 축소로 25조원을 마련하자고 했다. 조세감면 축소는 사실상 증세하자는 얘기다. 이 지사는 장기 목표에선 아예 탄소세(환경오염으로 얻는 이익에 과세), 데이터세, 국토보유세(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 로봇세(일자리 잠식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과세) 등 세금 부과 방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가 국민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내건 1인당 연 50만원의 기본소득은 별 의미가 없는 숫자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지난해 기준 3만2115달러로 현재 환율을 고려하면 3880만원에 이른다. 기본소득 실험에 나선 핀란드와 네덜란드 지방정부는 각각 연간 900만원과 1500만원을 지급했다. 어떻게 해도 증세 불가피
국내에서 기본소득 도입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곳은 민간 연구단체인 랩2050이다. 2021년부터 1인당 월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단체가 내놓은 재원 마련 방안은 근로·종합소득 공제 폐지, 지방정부 세계 잉여금 활용, 탈루 및 비과세 소득 과세, 근로장려세제 및 저소득자 보험 지원 폐지 등이다. 랩2050은 기존 세금에 대한 세율 인상이 없고, 새로운 세목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세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근로·종합소득 공제가 폐지되면 즉각 근로자와 사업자가 세금을 더 내게 된다. 랩2050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득세율을 3%포인트 낮추더라도 소득공제를 철폐하면 월 300만원 소득자(세전 기준)는 연 243만원, 월 400만원 소득자는 연 297만원씩 소득세 부담이 늘어난다. 이를 통해 53조3000억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근로소득자의 27%는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보다 내는 세금이 더 증가하게 된다. “푼돈 나눠주면 사회보장 원리 파괴”
전문가들은 대부분 ‘증세 없는 기본소득’에 반대하고 있다.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가능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본소득을 도입해도 기존 복지제도는 남겨둘 것”이라는 이 지사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기본소득 도입은 기존 복지 및 재정 제도를 손본다는 전제하에 논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재정에 큰 부담을 줘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것만큼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에 18조원을 쏟아붓고도 노인 빈곤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지급 대상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며 “기본소득 역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어렵게 마련한 국가 재정을 푼돈으로 나눠주자는 것으로 사회보장의 원리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3년의 기간을 예상하고 4000명에게 기본소득 지급 실험을 하다가 1년 만에 중단한 것도 재원 문제 때문이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이 지사는 이 글에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백가쟁명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주장이 기본소득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본소득 반대 이유는 복지정책이라는 착각에서 생기는 재원 부족, 세부담 증가(증세), 기본복지 폐지, 노동의욕 저하, 국민 반발 등”이라고 적었다.
“연 100만원 넘으면 사실상 증세”
이 지사는 증세 없이 기본소득 도입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를 시작했지만 스스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단기 목표 연 50만원, 중기 목표 연 100만원, 장기 목표 연 600만원(월 50만원)의 단계적 도입을 주장했다. 첫해 연 20만원으로 시작해 수년 내 연 50만원으로 하자는 얘기다. 이때 재정부담은 10조~25조원으로 일반회계예산 조정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중기 목표에서 발생한다. 그는 1인당 연 1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조세감면 축소로 25조원을 마련하자고 했다. 조세감면 축소는 사실상 증세하자는 얘기다. 이 지사는 장기 목표에선 아예 탄소세(환경오염으로 얻는 이익에 과세), 데이터세, 국토보유세(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 로봇세(일자리 잠식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과세) 등 세금 부과 방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가 국민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내건 1인당 연 50만원의 기본소득은 별 의미가 없는 숫자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지난해 기준 3만2115달러로 현재 환율을 고려하면 3880만원에 이른다. 기본소득 실험에 나선 핀란드와 네덜란드 지방정부는 각각 연간 900만원과 1500만원을 지급했다. 어떻게 해도 증세 불가피
국내에서 기본소득 도입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곳은 민간 연구단체인 랩2050이다. 2021년부터 1인당 월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단체가 내놓은 재원 마련 방안은 근로·종합소득 공제 폐지, 지방정부 세계 잉여금 활용, 탈루 및 비과세 소득 과세, 근로장려세제 및 저소득자 보험 지원 폐지 등이다. 랩2050은 기존 세금에 대한 세율 인상이 없고, 새로운 세목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세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근로·종합소득 공제가 폐지되면 즉각 근로자와 사업자가 세금을 더 내게 된다. 랩2050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득세율을 3%포인트 낮추더라도 소득공제를 철폐하면 월 300만원 소득자(세전 기준)는 연 243만원, 월 400만원 소득자는 연 297만원씩 소득세 부담이 늘어난다. 이를 통해 53조3000억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근로소득자의 27%는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보다 내는 세금이 더 증가하게 된다. “푼돈 나눠주면 사회보장 원리 파괴”
전문가들은 대부분 ‘증세 없는 기본소득’에 반대하고 있다.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가능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본소득을 도입해도 기존 복지제도는 남겨둘 것”이라는 이 지사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기본소득 도입은 기존 복지 및 재정 제도를 손본다는 전제하에 논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재정에 큰 부담을 줘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것만큼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에 18조원을 쏟아붓고도 노인 빈곤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지급 대상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며 “기본소득 역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어렵게 마련한 국가 재정을 푼돈으로 나눠주자는 것으로 사회보장의 원리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3년의 기간을 예상하고 4000명에게 기본소득 지급 실험을 하다가 1년 만에 중단한 것도 재원 문제 때문이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