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니아 "진단키트 생산 경쟁…핵산추출장비 수출에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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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23조 LNG선 수주 '숨은 공신'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유럽 등서 코로나 키트 공급 늘려
핵산추출시약·장비 수요 급증
장비 두달새 작년의 10배 팔아
유럽 등서 코로나 키트 공급 늘려
핵산추출시약·장비 수요 급증
장비 두달새 작년의 10배 팔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올가을 다시 대유행하면 핵산추출시약 공급난이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는 8월까지 핵산추출장비 및 시약 공장 증설을 마치겠습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사진)는 지난 5일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생산 계획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1992년 국내 1호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를 세웠다. 창업 이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에 기반한 진단키트와 진단장비를 개발해왔다.
“핵산추출 장비 판매 급증”
‘K방역’의 주역이던 코로나 진단키트 업체들의 수출이 주춤해졌다.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달 1억3128만달러에 그쳐 전월 대비 35% 줄었다. 박 대표는 “진단키트의 공급 과잉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유럽에서 성능이 검증된 한국산 진단키트를 선호했지만 유럽 각국이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세계에서 수백 개 업체가 진단키트를 생산해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향후 코로나19 진단 시장의 관건은 ‘핵산추출’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타액 등 검체에서 진단 대상이 될 핵산을 먼저 검출한다. 이때 핵산추출장비와 핵산추출시약이 필요하다. 핵산추출시약은 서모피셔, 로슈 등 글로벌 기업이 세계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핵산추출장비와 핵산추출시약은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의 관계와 비슷하다. 특정 업체의 핵산추출시약을 쓰려면 이 시약에 맞는 핵산추출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시약을 팔면서 장비까지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핵산추출시약·장비 수출이 3분기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두 달 사이 핵산추출장비를 200여 대 판매했다”며 “지난해 전체 판매량인 20여 대의 10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핵산추출장비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개당 4만~8만달러에 판매된다. 박 대표는 “핵산추출시약을 생산하기 위해선 별도 금형 설비를 갖춰야 해 초기 투자 비용으로 20억~30억원이 들어간다”며 “진단키트와 달리 핵산추출시약은 공급을 갑자기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내년 생산 목표”
바이오니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RT-PCR 진단에 쓰이는 네 가지 도구인 핵산추출장비, 핵산추출시약, 진단키트, RT-PCR 진단장비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업체다. 이 덕분에 바이오니아는 코로나19 진단의 모든 과정을 일괄수주계약(턴키) 방식으로 수출할 수 있다. 23조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잭팟’이 터진 카타르에도 턴키 방식으로 진단키트 공급 시스템을 수출했다. 박 대표는 “4월 한국가스공사의 연락을 받고 진단키트를 비롯해 진단장비, 진단키트 생산공장 검사 시스템을 수출했다”며 “거래 국가에서 요청하면 현지 엔지니어를 한국으로 데려와 진단 노하우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존 진단장비의 성능도 개선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은 RT-PCR 진단장비인 ‘엑시사이클러 384’는 유전자 시료 384개를 1시간20분 만에 시험할 수 있는 장비다. 기존 장비보다 네 배가량 많은 진단키트를 한 번에 시험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진단에 들어가는 비용의 대부분이 인건비”라며 “효율을 높인 진단장비가 있으면 검사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중진국에서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짧은 간섭 RNA(siRNA)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의 10여 개 부위를 잘라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다수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면 돌연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내년에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사진)는 지난 5일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생산 계획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1992년 국내 1호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를 세웠다. 창업 이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에 기반한 진단키트와 진단장비를 개발해왔다.
“핵산추출 장비 판매 급증”
‘K방역’의 주역이던 코로나 진단키트 업체들의 수출이 주춤해졌다.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달 1억3128만달러에 그쳐 전월 대비 35% 줄었다. 박 대표는 “진단키트의 공급 과잉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유럽에서 성능이 검증된 한국산 진단키트를 선호했지만 유럽 각국이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세계에서 수백 개 업체가 진단키트를 생산해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향후 코로나19 진단 시장의 관건은 ‘핵산추출’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타액 등 검체에서 진단 대상이 될 핵산을 먼저 검출한다. 이때 핵산추출장비와 핵산추출시약이 필요하다. 핵산추출시약은 서모피셔, 로슈 등 글로벌 기업이 세계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핵산추출장비와 핵산추출시약은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의 관계와 비슷하다. 특정 업체의 핵산추출시약을 쓰려면 이 시약에 맞는 핵산추출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시약을 팔면서 장비까지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핵산추출시약·장비 수출이 3분기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두 달 사이 핵산추출장비를 200여 대 판매했다”며 “지난해 전체 판매량인 20여 대의 10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핵산추출장비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개당 4만~8만달러에 판매된다. 박 대표는 “핵산추출시약을 생산하기 위해선 별도 금형 설비를 갖춰야 해 초기 투자 비용으로 20억~30억원이 들어간다”며 “진단키트와 달리 핵산추출시약은 공급을 갑자기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내년 생산 목표”
바이오니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RT-PCR 진단에 쓰이는 네 가지 도구인 핵산추출장비, 핵산추출시약, 진단키트, RT-PCR 진단장비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업체다. 이 덕분에 바이오니아는 코로나19 진단의 모든 과정을 일괄수주계약(턴키) 방식으로 수출할 수 있다. 23조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잭팟’이 터진 카타르에도 턴키 방식으로 진단키트 공급 시스템을 수출했다. 박 대표는 “4월 한국가스공사의 연락을 받고 진단키트를 비롯해 진단장비, 진단키트 생산공장 검사 시스템을 수출했다”며 “거래 국가에서 요청하면 현지 엔지니어를 한국으로 데려와 진단 노하우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존 진단장비의 성능도 개선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은 RT-PCR 진단장비인 ‘엑시사이클러 384’는 유전자 시료 384개를 1시간20분 만에 시험할 수 있는 장비다. 기존 장비보다 네 배가량 많은 진단키트를 한 번에 시험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진단에 들어가는 비용의 대부분이 인건비”라며 “효율을 높인 진단장비가 있으면 검사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중진국에서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짧은 간섭 RNA(siRNA)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의 10여 개 부위를 잘라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다수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면 돌연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내년에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