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3일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3일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언택트(비대면) 트렌드는 초연결성을 제공하는 SK텔레콤에 기회다. 구시대의 공식을 모두 깨겠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전방위 혁신안을 발표했다. 조직, 문화, 사업 방식 등 모든 영역에서 기존 방식을 탈피하는 것이 골자다. 상품 출시 전 20~30대 직원들의 의견 반영을 제도화하고, 집에서 20분 안에 출근할 수 있는 ‘거점 오피스’도 늘리기로 했다.

서비스 출시에 2030 의견 반영

박정호 "낡은 공식 깨겠다…2030이 서비스 결정"
7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 사장은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현장에는 20여 명의 임원만 배석했고 나머지 임직원은 T전화 그룹통화, 영상통화 ‘서로’, PC·모바일 스트리밍, 사내방송 등 비대면 방식으로 참여했다.

박 사장은 먼저 사업 방식의 혁신을 예고했다. 이동통신 사업을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가입자 수, 시장 점유율 중심으로 평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각 사업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평가 모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내놓는 신규 사업은 모두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신사업을 더 많은 회사에 개방해야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이 주도하는 서비스위원회 산하에 2030세대 직원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를 신설하자는 파격 제안도 내놨다. 앞으로 신규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박 사장은 “서비스 소비자는 2030세대인데 왜 우리(서비스위원회)가 다 결정하고 있는가. 주니어보드가 써보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분 거리 사무실 거점 오피스 확대

조직문화 전반에도 변신을 꾀한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박 사장은 근무 방식을 한 번 더 혁신하기 위해 본사 대신 집에서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줄여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부서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섞여 앉으며 자연스럽게 토론과 새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다. SK텔레콤은 서울 서대문, 경기 성남시 분당, 판교 등 네 곳에 운영 중인 거점 오피스를 올해 안에 서울 송파, 마포 등 열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성원이 직접 조직을 신설할 수 있는 ‘애자일(agile·민첩성) 그룹’도 추진한다. 1년에 한 번꼴로 시행하는 조직 개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를 맡을 기존 조직이 없다면 팀원의 제안에 따라 신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초협력 시대의 키워드로 ‘자강(自强)’을 제시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사업 외에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스스로 강해야 변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 인프라가 우수하고,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직원들이 코로나19로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지만 디지털로 더 단단하게 결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