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점상 경제' 활성화 놓고 시진핑-리커창 갈등설
최근 중국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노점상 경제' 활성화를 놓고 공산당 권력 서열 1, 2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다. 리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점상 경제를 내세웠는데,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주요 관영 매체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리 총리는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 서부지역 한 도시의 노점상 경제를 언급하며 "하룻밤 사이에 10만 명의 일자리를 해결했다"고 극찬했다. 리 총리가 지목한 도시는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시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는 지난 1일엔 산둥성 옌타이 주택가의 노점상을 찾아 "노점 경제는 중요한 일자리 근원으로 중국 경제의 생기"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의 발언 이후 청두를 필두로 충칭과 상하이, 우한, 칭다오 등 중국 전역의 대도시에서 노점상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수도인 베이징으로까지 번졌다. 그동안 단속이 두려워 노점상을 하지 못했던 서민들이 앞다퉈 거리로 나왔다. 중국 온라인에선 베이징의 노점상 밀집지역 109곳의 위치를 보여주는 '베이징 노점상 지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산둥성과 장시성 등 일부 지방정부는 노점상을 임시로 합법화해 영업 시간과 위치, 영업 방식 등을 지정하기도 했다.
중국 '노점상 경제' 활성화 놓고 시진핑-리커창 갈등설
하지만 이 같은 노점상 열풍에 급제동이 걸렸다.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지난 4일 주요 관영 매체에 '노점상 경제'란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세계 각국에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노점상 경제의 부상을 다뤘던 관영 매체는 일제히 관련 보도를 중단하고 기존 기사까지 삭제했다.

일부 관영 매체는 노점상 경제를 적극 비판하기 시작했다. CCTV는 논평을 통해 "노점상 경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며 "맹목적으로 따르면 의도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일보도 노점상 경제가 도로 점거와 짝퉁 판매, 소음 발생, 교통 마비 등 각종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시 도시관리국은 노점상이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는 행위 등을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갑작스런 분위기 반전에 대해 베이징 정가에선 시 주석과 리 총리의 갈등성을 제기하고 있다. 리 총리는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6억 명의 월 수입은 1000위안(약 17만원)밖에 안 되며 이 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시 주석이 약속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 건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빈곤 탈피'를 최대 정치적 성과로 내세우며 올해까지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약속은 실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리 총리의 발언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 빈과일보는 "리 총리는 ‘자유경제’를, 시 주석은 ‘당의 통제’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갈등이 계속 축적돼왔다고 볼 수 있다"며 "노점상 경제를 계기로 갈등이 폭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