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전매제한' 재건축, '복등기'는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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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 조합원지위 양도 안 되는데
'매매예약' 효력은 인정…"편법계약 우려"
'매매예약' 효력은 인정…"편법계약 우려"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아파트의 ‘꼼수 거래’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정비업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전매제한이 끝나면 소유권을 넘기기로 하는 사실상 복등기 형태의 매매예약을 인정해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강남의 한 재건축단지에서 불거진 이 아파트의 소유권이전과 관련한 소송에서 지난달 이같이 판결했다. 매매예약 이후 실제 이행을 두고 매수인과 매도인이 대립하자 매수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갈등은 재건축 조합원인 A씨와 매수인 B씨가 매매를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불거졌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금지된 까닭에 일단 전세계약 형태를 취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10억원짜리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합의이행각서를 썼다. 향후 이전고시가 이뤄지는 시점에 즉시 나머지 잔금 10억원을 치르면서 총 20억원짜리 매매계약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전고시는 재건축사업의 마지막 단계다. 행정절차를 정리하고 각 부동산을 조합원들의 명의로 돌린다. 지위 양도 제한도 이 시점부터 풀린다. 그때 가서 조합원 A씨 명의로 보존등기를 했다가 다시 B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게 두 사람의 합의 내용이다. 사실상의 복등기다.
하지만 이전고시 이후 조합원 A씨가 소유권이전을 반대하면서 소송이 진행됐다. A씨는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위법한 매매계약이라고 주장한 반면 B씨는 계약의 효력엔 영향이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우선 임대차계약 형식을 취한 사실상의 전매행위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합의이행각서의 효력은 인정된다고 봤다. 예컨대 ‘택지개발촉진법’에선 택지의 전매행위를 제한하면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반면 ‘주택법’은 이와 같은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주택법에선 새 아파트의 전매제한 규정을 어기고 거래가 이뤄졌을 때 사업주체가 매수인에게 대금을 지급한다면 입주자 지위 또한 사업주체가 취득하는 것으로 본다”며 “이로 미뤄 전매행위가 당연 무효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러면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합의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복등기가 가능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재개발구역에서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매매예약이 흔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예컨대 사업 참여를 원하지 않아도 분양신청을 해 조합원 배정 부동산을 분양받은 뒤, 이를 향후 매도하는 방식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현금청산 관련 규정을 회피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8월께부터 전매제한이 확대되는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분양권시장에서도 이 같은 거래가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 원호경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도정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신축 아파트 공급에 대해서도 청약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강남의 한 재건축단지에서 불거진 이 아파트의 소유권이전과 관련한 소송에서 지난달 이같이 판결했다. 매매예약 이후 실제 이행을 두고 매수인과 매도인이 대립하자 매수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갈등은 재건축 조합원인 A씨와 매수인 B씨가 매매를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불거졌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금지된 까닭에 일단 전세계약 형태를 취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10억원짜리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합의이행각서를 썼다. 향후 이전고시가 이뤄지는 시점에 즉시 나머지 잔금 10억원을 치르면서 총 20억원짜리 매매계약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전고시는 재건축사업의 마지막 단계다. 행정절차를 정리하고 각 부동산을 조합원들의 명의로 돌린다. 지위 양도 제한도 이 시점부터 풀린다. 그때 가서 조합원 A씨 명의로 보존등기를 했다가 다시 B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게 두 사람의 합의 내용이다. 사실상의 복등기다.
하지만 이전고시 이후 조합원 A씨가 소유권이전을 반대하면서 소송이 진행됐다. A씨는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위법한 매매계약이라고 주장한 반면 B씨는 계약의 효력엔 영향이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우선 임대차계약 형식을 취한 사실상의 전매행위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합의이행각서의 효력은 인정된다고 봤다. 예컨대 ‘택지개발촉진법’에선 택지의 전매행위를 제한하면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반면 ‘주택법’은 이와 같은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주택법에선 새 아파트의 전매제한 규정을 어기고 거래가 이뤄졌을 때 사업주체가 매수인에게 대금을 지급한다면 입주자 지위 또한 사업주체가 취득하는 것으로 본다”며 “이로 미뤄 전매행위가 당연 무효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러면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합의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복등기가 가능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재개발구역에서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매매예약이 흔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예컨대 사업 참여를 원하지 않아도 분양신청을 해 조합원 배정 부동산을 분양받은 뒤, 이를 향후 매도하는 방식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현금청산 관련 규정을 회피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8월께부터 전매제한이 확대되는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분양권시장에서도 이 같은 거래가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 원호경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도정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신축 아파트 공급에 대해서도 청약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